김명수 대법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국민께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씀 드린다. 참으로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사법농단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4일 구속되면서,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검찰 수사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르면 25일 양 전 대법원장을 불러 구속 뒤 첫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는 40여개에 이를 만큼 방대하다. 이 중에는 객관적인 물증이나 진술이 다수 확보된 주요 혐의들도 있지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진술 거부 등으로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한 혐의도 꽤 있다. 검찰이 설 연휴를 넘겨 조사를 이어간 뒤 구속기한인 다음달 12일이 다 되어서야 기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검찰은 기소 전까지는 양 전 대법원장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때처럼 구치소 방문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두 전직 대통령과 달리 양 전 대법원장은 경호상 제약이 적어 구치소 방문조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양 전 대법원장을 포함해 ‘거물들’의 재판을 맡아야 하는 서울중앙지법도 분주해질 전망이다. 검찰은 설 연휴 뒤 양 전 대법원장을 포함해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을 재판에 넘길 예정이고, 차한성 전 대법관, 이규진·이민걸·김시철 고등법원 부장판사, 방창현·정다주·박상언·김민수·시진국·문성호 지방법원 부장판사 등도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있다.
앞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한명의 담당 재판부를 정하는 데도 애를 먹었던 서울중앙지법은 전·현직 고위 법관 무더기 기소를 앞두고 ‘공정한’ 재판부 배정이라는 부담을 다시 떠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1월 초 임 전 차장의 기소가 임박하자 형사합의재판부 3개(34~36부)를 서둘러 증설했다. 기존 형사합의부 재판장의 절반 가까이가 사법농단 관련자들과 함께 일했거나 검찰 조사를 받는 등 재판 공정성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같은 달 14일 구속기소된 임 전 차장 사건은 새로 구성된 형사합의36부(재판장 윤종섭)에 배당됐다. 한 판사는 24일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은 공소사실이 거의 겹친다. 두 사건의 병합 가능성도 있다”며 양 전 대법원장 사건도 형사합의36부가 맡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 전 차장의 재판이 두달 넘게 느림보 진행을 하다가 오는 30일에야 첫 공판이 잡힌 점도 이런 분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반면 다퉈야 할 혐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재판부 부담을 고려해 다른 곳에 배당될 가능성도 있다.
임재우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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