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차에 앉아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사법농단 사건으로 ‘주범’으로 지난 24일 구속된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판사 출신 이상원(50·사법연수원 23기)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향후 재판에 대비하고 있다.
27일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인 최정숙 변호사는 취재진에게 “구속된 지난 24일 오전부터 변호인 접견을 통해 수감 생활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구속의 부당함을 다투는) 구속적부심사는 신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상원 변호사는 구속영장 청구 전에 합류했다. 기소 이후 변호인단 구성은 내부 문제라 말하기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1997~2008년까지 판사로 일했다. ‘전관’으로 보기에는 다소 중량감이 떨어지지만,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변호인단에 합류해 2017년 12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판사 시절이던 2007년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항소심 재판부 주심을 맡았다. 사회적 논란이 된 조건부 집행유예 선고 직후 서울고법 수석부 판사를 끝으로 변호사 개업했다.
경남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뒤 법원 내 엘리트 코스만을 밟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연·학연·혈연 등으로 법조계 인맥이 두텁다. 그가 누구를 변호인단으로 꾸릴지에 벌써 법조계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양 전 대법원장의 사돈은 참여정부에서 법무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장을 맡은 김승규 변호사다. 최정숙 변호사는 김 전 장관이 상임고문으로 있는 법무법인 로고스 소속이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소환 조사 과정에선 부장검사 출신인 최 변호사를 전면에 내세워 검찰 수사에 대비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직전 대법원장으로 6년간 법관 인사를 좌지우지했던 양승태 본인이 가장 강력한 전관 변호사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구속 이튿날인 지난 25일 양 전 대법원장을 불러 조사한 검찰은, 휴일인 26~27일에는 소환 조사 없이 수사기록 검토 등을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26일 구치소에서 71번째 생일을 맞았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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