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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법농단’ 사태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이탄희 판사… 법원에 사표

등록 2019-01-29 18:41수정 2019-01-29 21:16

지난해 12월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2018 공익제보자의 밤 및 제9회 의인상 시상식’에 참석한 이탄희 판사. 참여연대 제공.
지난해 12월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2018 공익제보자의 밤 및 제9회 의인상 시상식’에 참석한 이탄희 판사. 참여연대 제공.
법관에 대한 부당한 사찰에 반발해 사표를 제출하면서 ‘사법농단’ 사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이탄희 판사가 법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29일 이탄희 판사는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글 ‘존경하는 모든 판사님들께’를 올리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판사는 이 글에서 “이번 정기인사 때 내려놓자고 마음먹은 지는 오래됐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제게는 회복과 재충전이 필요한 것 같다. 2년이 길었다”고 운을 뗐다.

이 판사는 지난 2017년 ‘판사 사찰’에 반발해 법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 판사는 “지난 시절 행정처를 중심으로 벌어진 헌법에 반하는 행위들은 건전한 법관사회의 가치와 양식에 대한 배신이었다. 법관이 추종해야 할 것은 사적인 관계나 조직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공적인 가치다. 가치에 대한 배신은 거부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번 물러서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좋은 선택을 한 뒤에는 다시 그 선택을 지켜내는 길고 고단한 과정이 뒤따른다는 것을,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 끝없는 노력과 희생을 요구한다는 것을, 그때는 다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법원에 대한 당부를 말을 덧붙였다. 이 판사는 “판사가 누리는 권위는 독립기관으로서의 권위다. 조직원으로 전락한 판사를 세상은 존경해주지 않는다. 누군가의 말대로, 성운처럼 흩어진 채로 모여있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이어 “미래의 모든 판사가 독립기관으로서의 실질을 찾아가길 기원한다. 항상 더 큰 공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판사는 “시작만 혼자였을 뿐 판사님들 덕분에, 그리고 나중에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분들 덕분에 외롭지 않았다. 모든 분들이 자기의 뜻을 세워 하신 일이다. 드러난 결과는 씁쓸하지만 과정을 만든 한분 한분은 모두 존경한다. 정말 고맙다”고 전했다.

2년 전인 2017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기획2심의관으로 발령받은 이탄희 판사는 그해 2월 이규진 당시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으로부터 ‘기획조정실 컴퓨터에 판사 뒷조사 파일이 나올 텐데 놀라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듣고 이에 반발해 법원에 사표를 제출했다. 이 판사의 사표로 법원행정처가 개혁적 성향의 판사를 사찰해왔다는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세 차례에 걸쳐 법원 내부 진상조사가 진행됐지만 법원 안팎의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판사 사찰’ 의혹은 ‘재판 개입’, ‘판사 인사 불이익’ 의혹으로 확대됐고 검찰 수사 끝에 ‘사법농단’ 실무자로 지목된 임종헌 전 차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4일 사법부 수장이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구속됐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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