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의 핵심 실무를 맡았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10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은 임 전 차장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 누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국고손실,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사법농단’ 사태의 실무자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첫 재판을 앞두고 임 전 차장 쪽 변호인의 집단 사임으로 재판 진행이 차질을 빚게 됐다.
30일 오후 2시 열릴 예정이었던 임 전 차장의 첫 재판은 임 전 차장 쪽 변호인의 집단 사임으로 열리지 못했다. 이날 첫 공판은 물론, 예정됐던 31일, 2월7일, 11일, 12일, 13일, 14일 예정된 기일까지 모두 보류됐다. 법원은 추후에 기일을 다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황정근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 소백, 김경선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 민 등 법무법인 4곳과 변호인 두명은 재판부에 집단으로 사임서를 제출한 바 있다. 임 전 차장 또한 첫 재판에 출석하지 않겠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재판부에 냈다. 이는 재판 진행에 대한 ‘항의성’ 행동으로 풀이된다.
앞서 임 전 차장 쪽 변호인은 23일 열린 네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공판준비기일 절차를 종결하고 주 4회 재판을 진행하는 것과 관련해 재판부에 불만을 표시했다. 임 전 차장 쪽 변호인은 “검토할 기록이 너무 방대해 재판을 준비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매우 부족하다. 임 전 차장이 지내는 방이 좁고 기록도 너무 많아 피고인이 기록을 검토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공판준비기일을 한번 더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서증조사에 드는 물리적 시간을 고려하면 재판 진행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준비기일 절차를 종결하고 첫 공판기일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변호인 쪽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28일로 예정한 첫 공판기일을 이틀 미뤄 30일에 열기로 한 바 있다. 이어 2월 11~14일 연달아 재판을 열겠다고 밝혔다.
임 전 차장 쪽에 적용된 특가법상 국고손실 혐의 등은 단기 3년 이상의 형이 적용되는 혐의이기 때문에 변호인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282조)에 따르면,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은 재판 진행 때 변호인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임 전 차장 쪽 변호인이 사임 의사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국선 변호인을 선임한다 해도 관련 절차에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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