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후보자가 2017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사법농단 사태 때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의 ‘손발’ 역할을 하며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전·현직 법관들이 조만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질 전망이다.
4일 검찰 관계자는 “이르면 이번 주 기소할 예정”이라면서 “혐의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 대상자를 추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재판에 넘겨진 양 전 대법원장 등의 공소장에 10여 차례 이상 ‘공범’으로 적시된 권순일(60) 대법관·차한성(65) 전 대법관·강형주(60)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규진(57) 전 양형실장 등 10명 안팎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현직으로 제20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권 대법관의 기소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기소 시 현직 대법관이 피고인석에 서는 ‘초유의 상황’을 벌어지게 된다.
검찰은 권 대법관이 행정처 차장을 지낸 시기(2012년 8월∼2014년 8월)에 주목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비판적인 성향의 판사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에 권 대법관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권 대법관을 불기소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미 공범으로 적시됐는데 무혐의로 불기소할 수는 없으니 결국 기소유예를 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현직 대법관 신분’이라는 이유 외에 기소유예할 사유가 마땅치 않을뿐더러, 기소유예하면 검찰이 공소장에 주장한 논리가 앞뒤가 맞지 않게 된다”고 짚었다. 다만 현직 대법관을 재판에 넘겼을 때의 법원 안팎의 파장을 고려하면 기소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차한성 전 대법관.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차 전 대법관과 강 전 차장도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 속 ‘핵심 공범’이다. 차 전 대법관은 ‘양승태 사법부’의 첫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며 일제 강제징용 재판에 개입하고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 등을 받는다. 특히, 2013년 12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1차 공관회의’에 참가해, 일제 강제징용 관련 기존 대법원 판결을 전범 기업 쪽에 유리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접수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 전 차장도 통합진보당 소송개입 의혹 및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등에 연루된 것으로 조사됐다.
법관사찰 등 각종 문건을 작성하게 하고 재판정보 빼낸 혐의를 받는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지난해 8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차관급인 고법부장급 고위법관 첫 피의자 소환이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 전 실장도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51번이나 등장하는 이번 사법농단 사태의 핵심 연루자다. 검찰은 이 전 실장이 헌법재판소에 파견나가 있던 판사에게 헌재 내부 정보를 빼 오도록 하고, 법원 내부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를 탄압하는 데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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