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연루 전·현직 법관의 기소를 앞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권순일 대법관과 차한성 전 대법관이 포함될지 주목했지만, 결과적으로 두 전·현직 대법관은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검찰의 설명을 요약하면, “권 대법관과 차 전 대법관은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양승태 대법원의 범행이 ‘악성화’하기 전인 2015년 이전에 법원행정처를 떠났기 때문”에 재판에 넘기기엔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차 전 대법관은 2011년 10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양승태 대법원의 첫 법원행정처장을 지냈고, 권 대법관은 2012년 8월부터 2014년 8월까지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범행은 재임기 초반 약한 수준으로 진행되다가 상고법원을 추진하게 되는 2015년을 기점으로 범행이 구체화되고 심각해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두 전·현직 대법관이 행정처에 있던 시기인 2013·2014년에 ‘판사 블랙리스트’가 작성되기는 했지만 본격적인 인사 불이익이 실행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일제 강제징용 재판 개입 의혹에서도 비슷하게 ‘초기 단계’여서 관여 정도가 약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차 전 대법관은 2013년 김기춘 전 비서실장 주재의 ‘1차 공관회의’에 참석하는 등 강제징용 재판 개입의 ‘시작점’에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의 본격적인 강제징용 재판 개입은 소송의 소멸시효인 2015년 5월 전후로 본격화했다고 봤다. 당시 두 대법관은 이미 법원행정처를 떠난 상태였다.
검찰이 ‘공범’으로 적시했던 두 전·현직 대법관을 기소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기소의 형평성이 맞지 않게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공소장에는 ‘공범’으로 등장하는 대법관들을 기소하지 않은 것은 수사논리보다는 법원 안팎의 파장 등 정무적 고려를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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