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창호 부장판사 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들을 통해 무단 반출된 ‘정운호 게이트’의 검찰 수사정보가 피의자인 김수천 부장판사의 귀까지 흘러들어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 조사 중 검찰 수사정보를 알게 된 김수천 부장판사는 곧바로 뇌물공여자를 찾아가 허위진술까지 종용했다.
7일 <한겨레>가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성창호 부장판사 등의 공소장에는 성 부장판사 등이 빼낸 검찰 수사정보가 ‘정운호 게이트’의 피의자인 김수천 당시 부장판사의 귀까지 흘러들어간 정황이 자세히 담겨있다.
2016년 4월 ‘정운호 게이트’ 당시 김수천 부정판사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자, 양승태 대법원은 별도의 태스크포스(TFT)까지 꾸려가며 ‘법관 비리 사건’의 은폐·축소를 꾀했다. 양승태 대법원의 법원행정처는 검찰 수사상황 및 방향 등에 정보를 공유하면서 수사 확대를 저지할 목적으로 신광렬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판사에게 접촉해 영장전담 판사에게 들어오는 수사 정보를 빼내도록 지시했다.
신 수석판사에게서 법원행정처의 지시를 전달받은 성창호·조의연 당시 서울중앙지법 영정전담판사는 10차례에 걸쳐 수사 관련 기밀들을 빼내 행정처에 전달했다. 성 부장판사 등이 직접 수사기록을 ‘복사’해가며 유출한 정보 중에는 “계좌추적 결과 김수천 부장판사의 딸 명의 계좌로 1800만원이 입급된 사실이 확인되었다”는 김수천 부장판사의 구속영장청구서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내용이 법원행정처를 통해 김수천 부장판사에게 흘러들어갔다. 2016년 8월10일 김현보 행정처 윤리감사관이 김 판사를 대면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내용을 김 판사 본인에게 확인한 것이다. 피의자인 김 판사는 대면조사에서 알게 된 수사정보를 곧바로 ‘악용’했다. 김 판사는 조사를 받은 당일 오후 뇌물공여자인 이아무개씨를 찾아가 자신의 딸 명의 계좌에 입금된 자기앞수표 1800만원에 대해 허위진술을 부탁했다.
법원행정처에서 불법으로 수집된 정보가 영장전담 판사에게 흘러가 영장심사 ‘가이드라인’으로 쓰이기도 했다. 검찰수사가 확대되던 2016년 6월22일,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은 정운호 게이트와 연관된 당시 현직 부장판사 7명의 가족 등 31명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해 문건 형태로 신 수석판사에게 전달했다. 임 전 차장은 이 자료를 신 수석판사에게 건네며 ‘영장전담판사들에게 이 자료를 토대로 영장 청구 대상에 위 법관들의 가족이 포함되어있는지 잘 살피고 통상보다 엄격하게 심사하라는 가이드라인 전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이 문건의 암호는 대법원을 의미하는 ‘scourt’였다. 이후 성 부장판사 등은 김수천 부장판사 가족의 계좌 추적 관련 압수수색 영장 일부를 기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임종헌 전 차장의 공소장에 ‘피해자’로 기재된 성창호 부장판사가 ‘피의자’로 기소된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검찰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임종헌 공소장에 성 판사는 피해자가 아닌 직권남용의 상대방으로 기재된 것”이라며 “임종헌 전 차장이 기소되기 전인 2018년 9월에 성 판사는 이미 공무상비밀누설죄의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또 성 판사가 김경수 지사에 대한 실형 선고 직후인 2월 피의자로 소환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성 판사뿐 아니라 이번에 기소된 10명을 차례로 불렀다”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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