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5일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전국언론노조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장자연 리스트’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10년 전인 2009년 3월7일 배우 장자연씨가 사회 유력인사들에게 성 접대를 했다는 자필 문건을 남기고 숨졌다. 당시 경찰은 20명을 수사 대상(9명 입건)으로 하고 118명의 참고인을 소환하는 등 요란한 수사를 벌였지만, 정작 검찰이 기소한 이는 기획사 대표 김종승씨와 전 매니저 유장호씨 등 이른바 ‘깃털’뿐이었다. 이 사건은 지난 10년 동안 검·경의 대표적 ‘부실수사’ 사례로 꼽혔다.
지난해 4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이 사건을 사전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어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이 당시 검·경 수사 관련 의혹을 재조사해 이달 하순께 결과를 발표한다.
조사단은 지난해 10월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경찰이 장씨 집과 차량을 압수수색하는 데 걸린 시간이 고작 57분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장씨의 핸드백을 열어보지도 않았고 장씨의 수첩과 장씨가 갖고 있던 명함 등을 압수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 “(수사가) 진실을 밝히려 했던 건지 덮으려 했던 건지 모르겠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사기록에 장씨 통화내역 등이 기록되지 않았지만 당시 담당 검사는 추가 송치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확보한 통화내역 중에는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 등 유명인도 있었지만 당시 수사로는 이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
조사단은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나오는 ‘조선일보 방 사장’과 관련해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과 방정오 전 티브이(TV)조선 대표를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동생인 방용훈 사장이 2007년 10월 장씨를 술자리에서 만났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조사를 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조사단은 방정오 전 대표가 2008년 10월 장씨와 같은 장소에 있었다는 통신기록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정오 전 대표와 장씨의 만남을 주선한 광고업체 대표 한아무개씨에게 “경찰에 자진 출석해 ‘조선일보 방 사장이 방상훈 사장이 아니다’라고 진술하라”고 지시한 사람이 당시 조선일보 간부였던 ㄱ씨였을 것으로 조사단은 의심하고 있다.
검찰과거사위 활동은 이달 말 종료된다. 하지만 조사단이 국민 기대만큼의 조사 결과를 내놓을지 미지수다. 강제 조사권이 없어 주요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도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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