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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임종헌 재판지연 전략? 현직 대법관 등 170여명 무더기 법정에 설 판

등록 2019-03-12 16:31수정 2019-03-12 20:49

관련자 검찰 진술조서 ‘증거 부동의’
법정에서 당사자 전원 증인신문해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에 노정희·이동원 대법관 등 현직 대법관을 비롯한 전·현직 법관 등 170여명이 증인으로 나가야 할 처지가 됐다. 1심 구속재판 기간(6개월) 중 무려 4개월을 공판준비절차 공방으로 보낸 임 전 차장 쪽이 이들의 검찰 진술조서를 대부분 ‘부동의’했기 때문이다. 피고인이 진술조서에 ‘부동의’하면, 검찰은 이들을 직접 법정에 증인으로 불러 같은 내용을 물어야 한다. 임 전 차장 쪽이 무더기 증인신문으로 재판을 끌어 보석 등 불구속 재판을 노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한겨레> 취재 결과, 임 전 차장 쪽은 전날 4개월 만에 열린 첫 재판에서 현직 대법관 2명을 비롯해 전·현직 법관, 법원 직원 등 170여명의 검찰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데 반대했다. 따라서 이들의 진술 내용을 1심 재판 증거로 쓰기 위해서는 당사자 증인신문을 진행해야 한다. 검찰로서는 170여명을 다시 법정에 불러 6개월 넘게 수사했던 내용을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임 전 차장 쪽의 이런 태도는 앞서 네차례 이뤄진 공판준비절차에서 한 ‘약속’을 깬 것이다. 검찰과 법원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공판준비절차에서는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 등 7명만 증인으로 부르기로 얘기가 됐다고 한다. 다른 이들과 관련해서는 ‘검찰이 재판부에 증거로 낸 그들의 진술조서를 바탕으로 재판에 임하겠다’(증거 동의)고 했는데, 갑자기 다른 이들의 진술도 직접 법정에서 듣겠다고 태도를 바꾼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 동의 여부는 피고인의 권리이기 때문에 존중한다. 다만 4개월 동안 재판 한번 열지 못하다 구속기한이 두달 남은 상황에서 약속을 깨버렸다. 재판이 제대로 진행될지 우려된다”고 했다. 앞서 임 전 차장 쪽은 지난 1월 첫 공판을 앞두고 변호인단 총사퇴를 통해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켰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임 전 차장이 재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려고 이런 지연 전략을 펴는 것으로 보고 있다. 1심 재판 도중 구속기간(6개월)이 지나 풀려나거나, 그 전에 보석을 신청할 수 있다. 또 자신보다 석달 뒤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다른 ‘공범들’이 재판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지켜보고 ‘보조’를 맞춰가며 자신의 재판 전략을 짤 수도 있다. ‘사법농단 선고 1호’가 되면 자칫 책임을 홀로 뒤집어쓸 수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지시한 이와 지시받은 이들의 재판 진술 등을 보고 대응하겠다는 계산이 선 듯하다.

이는 최근 보석으로 풀려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판 전략과 닮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신청하지 않았던 증인들을 이례적으로 항소심에서 무더기로 신청해 재판이 늘어졌다. 결국 구속기한 만료를 한달 앞둔 지난 6일 보석으로 풀려나는 ‘성과’를 거뒀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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