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는 건설업자 윤중천씨는 2013년 검찰 수사 당시 사기, 배임증재,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범죄 사실을 보면 윤씨의 남다른 ‘로비력’을 확인할 수 있다. 저축은행 간부에게 빌라를 주고 수백억 원의 부당대출을 받아내고 건설사 간부에게 뇌물을 주고 골프장 건설 수주를 따냈고 아는 경찰을 통해 불법으로 정보를 알아냈다. 김 전 차관 사건을 조사 중인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은 윤씨가 김 전 차관 또는 다른 사회 유력인사들에게도 성 접대를 하거나 뇌물을 주면서 사업을 확장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윤씨는 2006년 8월께 지인을 통해 ㅅ저축은행 전무이사였던 김아무개씨를 소개받는다. 시행사 ‘중천산업개발’을 운영하던 윤씨는 서울 목동 일대에 아파트를 건립하려던 ‘목동 공동주택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당시 윤씨는 시공사 선정도 하지 못했고 주민동의서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사업부지 인근에 전철역 예정지가 있고 한강조망권이 확보돼있어 입지 여건이 좋아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출금 조기 상황이 가능하다“며 대출해달라고 했다. 이때 대출심사위원장이던 김씨가 나서서 심사위원들을 설득했고 윤씨는 240억원을 대출받았다.
김씨는 대출의 대가로 윤씨로부터 2억원의 빌라를 받았다. 그러나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수재 혐의로는 기소되지 않았다. 윤씨 역시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배임증재 혐의를 적용하지 못 했다. 배임 혐의로만 2014년 8월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윤씨는 이 사건으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김씨에 대해 감형하면서 “윤씨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양형 사유를 밝혔다. 당시 수사 검사는 “배임의 공범으로 기소하려면 대출 전 과정에 윤씨가 직접적으로 관여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동인레져 공동대표로 ‘동인건설’도 운영했던 윤씨는 2010년 3월께 대우건설이 시공하는 강원도 춘천시 ‘파가니카 컨트리클럽(CC)’의 일부 건물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서도 뇌물을 이용했다. 윤씨는 대우건설 상무 출신의 장아무개씨를 통해 대우건설 쪽에 청탁하기로 했다. 윤씨는 굴비판매업자 이아무개씨에게 “5일만 빌려 쓰겠다”라며 가로챈 돈으로 장씨에게 3천만원을 줬다. 장씨는 대우건설 외주구매본부장이었던 송아무개씨에게 상품권 200만원을 주면서 윤씨의 회사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힘을 썼다. 공사를 따낸 뒤에는 100만원 상당의 ’난’ 그림 1점도 송씨에게 주었다. 윤씨는 이 사건으로 벌금 500만원 형을 받았다.
또 윤씨는 2012년 4월 알고 지내던 경찰 김아무개씨를 통해 불법으로 차적조회를 하기도 했다. 강원도 원주별장을 담보로 한 저축은행에서 13억5천만원을 대출받았다가 갚지 못해 별장이 경매에 부쳐지자,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 별장에 들른 사람의 차량 차적조회를 부탁했고 이름과 주소를 알아낸 것이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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