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수수·성범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김 전 차관의 자택, 윤중천씨의 사무실, 별장 등에 압수수색을 들어간 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김 전 법무부 차관 집 앞에서 취재진들이 압수수색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검찰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이 ‘6년 늦은’ 압수수색을 했다.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 사이 뇌물수수 혐의 등을 밝혀내기 위한 단서 확보 차원이다. 그동안 기록 검토에 집중해온 수사단이 출범 사흘 만에 첫 강제수사에 들어가면서, 구체적 증거 확보 등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일 오전 수사단 소속 검사와 수사관 수십명은 김 전 차관 집과 윤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수사단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에서 수사 권고한 사건과 관련해 일차적으로 필요한 부분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장소는 10여곳에 이르고, 이날 오전에 시작된 압수수색은 오후 4시30분께까지 진행됐다. 김 전 차관과 윤씨 휴대전화도 압수됐다.
2013년 3~11월 경찰과 검찰이 차례로 진행한 수사에서는 김 전 차관 등에 대한 주거지·계좌·휴대전화 압수수색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김 전 차관 본인 계좌는 물론, 가족 등 주변인 계좌도 확인한 적이 없다. 또 윤씨가 여러 민형사 소송에 연루된 건설업자라는 점에 비춰 뇌물수수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수사는 ‘동영상’으로 상징되는 특수강간 혐의에만 집중됐다.
이번 압수수색은 김 전 차관 의혹이 불거진 지 6년 만에 이뤄진 첫번째 압수수색인 셈이다. 그동안 경찰 한차례, 검찰 두차례의 수사를 거친데다, 지난해와 올해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조사와 재수사 예고까지 이뤄진 상황에서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남아 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수사기록에서 찾아낸 단서와 새로운 첩보, 압수물 분석, 추가 압수수색 등을 통해 김 전 차관 쪽도 예상하지 못한 구체적 물증을 하나씩 확보해나갈 가능성도 있다. 수사단이 이날 “일차적 압수수색”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수사 패턴을 염두에 둔 것이다.
수사단은 윤씨와 김 전 차관 사이 금전거래 관계 규명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자인 윤씨가 자신의 이권과 관련한 형사사건을 많이 치렀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단과 병행해 김 전 차관 사건을 조사 중인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도 윤씨가 김 전 차관 외에 다른 유력인사들에게도 성접대를 하거나 뇌물을 주면서 사업을 확장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윤씨의 ‘문어발 로비력’은 그가 등장하는 형사사건 등에서 두루 확인된다. ‘중천산업개발’ 대표였던 윤씨는 2006년 서울 목동 일대에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 저축은행 전무이사에게 2억원 상당의 빌라를 주고 240억원을 대출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저축은행 인사는 유죄가 확정됐지만, 윤씨는 공소시효가 지나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윤씨는 ‘동인건설’이라는 회사도 운영했는데, 2010년 3월 대우건설이 시공하는 강원도 춘천시 ‘파가니카 컨트리클럽(CC)’의 일부 건물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서도 뇌물을 썼다가 기소돼 유죄(벌금 500만원)가 선고됐다. 2012년 4월에는 알고 지내던 경찰을 통해 불법으로 차적 조회를 하기도 했다. ‘동영상’ 촬영지인 강원도 원주 별장이 경매에 부쳐지자, 경찰을 통해 경매 참여자의 이름과 주소를 알아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까지 윤씨와 교류해온 한 인사는 이날 <한겨레>와 만나 “윤 회장이 ‘내가 리스트를 풀면 나라가 뒤집힌다. 나라 뒤집히는 거 보기 싫어서 입을 다물고 있다’는 말을 했었다. 최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서도 그렇게 말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최우리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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