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경기도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 첫 정기회의가 열렸다. 각급법원에서 선출된 판사들이 대표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법농단 관여 판사들에 대한 탄핵소추 검토 의견 등을 이끌어내는 등 활동 2년차에 돌입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새 의장단을 선출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대표회의)는 8일 경기도 사법연수원에서 1차 정기회의를 열어 의장으로 오재성(55·사법연수원 21기) 전주지법 부장판사를, 부의장으로 김동현(45·30기) 인천지법 부장판사를 선출했다고 밝혔다. 대표회의 설명에 따르면, 오 부장판사는 의장 후보로 단독 추천받았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120명 중 113명이 오 부장판사의 의장 선출에 동의했다. 김동현 부장판사는 임혜원(48·32기) 광주지법 목포지원 부장판사와 경선을 치룬 끝에 부의장으로 당선됐다.
오재성 부장판사는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맡았던 인물로 진보적·개혁적 성향으로 꼽힌다. 2010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이 우리법연구회를 공격하자 “공개된 학술 모임이어서 숨길 게 없다”며 회원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4년 민주화 운동 보상금을 받으면 국가 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전주지법 남원지원장(2007년),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2016년)를 맡는 등 사법행정도 경험했다.
김동현 부장판사는 대전지법에 재직하던 2009년 5월 광우병 촛불집회 재판 개입 의혹을 받은 ‘신영철 대법관 사태’ 때 일부 판사가 자제를 당부한 것에 대해 “양심상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 “침묵하는 것은 법관의 양심에 반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글을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올리기도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인 2013년 대전고등법원에서 기획법관을 맡기도 했다.
ㄱ판사는 “법관대표회의는 ‘좋은 재판’을 만드는 사법행정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측면에서 사법 행정 경험이 있는 적임자로 보인다. 주변 판사들의 신망도 두루 얻고 있는 만큼 안정적으로 대표회의를 운영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ㄴ판사는 “김 부장판사는 법관대표회의가 민주적인 사법행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 분”이라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대표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김 대법원장은 “우리가 그동안 사법행정을 재판 지원이라는 본연의 자리로 되돌리기 위해 기울인 많은 노력은 과거의 잘못을 탓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지난날을 알아야 했고 과거로부터 교훈을 배워야만 했다”며 “과거에서 배운 교훈을 삼아 미래를 봐야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해 검찰 수사에 협조해 사법농단 사태가 확대됐다는 일부의 의견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전국 법원·직급별 판사 대표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는 회의체다. 2017년 법관 블랙리스트 사태를 계기로 구성된 뒤 사법농단 사태에서 법원 구성원들이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대안을 모색하는 통로가 돼왔다. 올해 각급 법원에서 선출된 법관대표는 모두 125명이다.
고양/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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