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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법농단’ 이민걸 판사 “임종헌과 외교부 만나…행정처 오만했다”

등록 2019-04-23 18:48수정 2019-04-23 18:53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3월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러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3월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러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사법농단 사태로 기소된 임종헌 전 차장 재판에 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부장판사는 강제동원 재상고 사건 관련해 임 전 차장과 함께 외교부 관계자를 수차례 만났고, 임 전 차장이 외교부 요청에 따라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관련 의견서를 검토해줬다고 증언했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심리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을 받는 임종헌(60) 전 차장의 재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엔 이민걸(58)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2015년 8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일했다. 임 전 차장과 함께 외교부 관계자를 만나고 외교부 관계자와의 면담 계획을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보고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이 법관의 해외 파견 자리를 얻어내기 위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고 본다. 대법원은 2015년 1월 외교부가 강제동원 사건과 관련해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민사소송 규칙을 개정했다. 이날 재판에서 이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과 함께 외교부 인근을 찾아가 조태열 당시 외교부 1차관을 수차례 만났다고 밝혔다. 외교부가 의견서 제출을 차일피일 미루자, 2016년 9월 외교부 관계자를 만나 의견서 제출을 독촉하기도 했다. 이 부장판사는 “대법원이 규칙도 바꿨는데 외교부가 특유의 신중함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국민적 여론이 부정적인 것을 고려해 선뜻 의견을 못 내는 것 아닌가 추측했다”고 말했다. 이어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기간이 1년 남았기 때문에 그때라도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사건을 제때) 처리하기 어렵다는 배경이 있지 않았나 싶다. 솔직히 의견서를 촉구 내지 독촉하러 (외교부에) 간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외교부가 의견서 초안을 작성하자, 임 전 차장이 이를 검토해줬다는 취지의 증언도 했다. 외교부 관계자가 서초동 법원을 방문해 외교부 의견서 2부가 담긴 봉투를 임 전 차장쪽에 건넸고 임 전 차장이 검토해 이를 외교부로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이 부장판사는 “당시 임 차장 방에서 매일 실무자들이 티타임을 가졌다. 중간에 수시로 왔다 갔다 했는데, 방에 들어갔을 때 연필을 들고 그것(의견서)을 보시는 걸 제가 봐서 ‘간단 수정을 해주는구나, 쭉 읽어보고 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박근혜 정부 당시 사법부가 청와대와 긴밀한 관계를 맺은 것은 ‘이례적이며 부적절한 처사’라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2013년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황교안 법무부장관, 차한성 대법관 등이 청와대 ‘소인수 회의’에 참석했다는 언론 보도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저도 판사로서 근 30년 가까이 일했다. 공개 법정에서 의견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재판 외의 비공개적 방법으로 하는 것 아닌가. 행정처와 외교부가 만나서 외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변명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재판 말미에는 발언 기회를 얻어 “사법행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던 저로서 여러 가지로 송구하다. 이 사건 전체적으로 행정처가 너무 오만하게 타성에 젖은 면이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그렇더라도 재판장이 실체관계에 대해서 제대로 살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사법농단 사태로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았지만 불복해 대법원에 소송을 낸 상태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손해배상 사건과 통합진보당 관련 행정소송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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