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달 26일 낮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문무일 검찰총장이 국회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한 가운데 검찰 내부적으로는 “총장이 할 말을 했다”는 반응이다. 해외 순방 중이던 문 총장이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귀국하는 등 검찰은 이미 달리기 시작한 수사권 법안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지난 30일 국회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은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검찰청법 개정안이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주는 등 경찰을 수사의 주체로 인정한 것이 핵심이다.
수사권 법안에 대해 문 총장은 지난 1일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 특정한 기관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며 강한 우려를 밝힌 바 있다. 정보경찰 개혁, 실효성 있는 자치경찰제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경찰이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될 경우, 경찰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진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문 총장은 오는 9일까지 예정돼있던 해외 순방 일정을 도중에 취소하고 4일 급히 귀국하기로 했다. 앞서 문 총장은 지난달 28일부터 형사사법공조조약 체결 등을 위해 오만,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을 방문 중이었다. 그러나 2일 ‘국내 현안’을 이유로 에콰도르 출장을 취소했다.
검찰 내부적으로는 총장이 옳은 말을 했다는 반응이다. 한 부장검사는 “(총장이) 할 이야기를 했다. 자리를 지키면서 할 말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많다. 형사사법제도가 왜곡되는 것을 보고도 말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총장 이야기처럼 (수사권 조정 법안은) 부당하다. 경찰이 수사 종결권을 갖는 것은 검찰 개혁이 아니라 사법 개악”이라고 주장했다.
문 총장이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 총장의 임기는 오는 7월 24일까지로 석 달이 남았다. 또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올랐을 뿐 법 개정이 완료되기까지는 길게는 330일이 남아있다. 세부적인 법안 내용에 대해서는 국회에서의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문 총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수사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도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관계자는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문제점을 지적할 예정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함께 논의하기로 한 행정·사법 경찰 분리안, 실효적 자치경찰제 등은 법안조차 발의도 안 돼 있는 상황”이라며 국회의 법안 심사 과정에서 검찰 뜻을 전달할 입장을 밝혔다.
앞서 2011년 7월 김준규 전 검찰총장은 임기 한 달여를 남기고, 검·경 수사권 조정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에 항의하며 사퇴한 바 있다. 당시에도 검찰 내부적으로 법 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김 전 총장 사퇴에 대해서는 무책임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최우리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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