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3월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러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사법농단으로 재판을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추가 구속영장 발부는 절차적으로 부적법하다”며 법원 판단에 이의를 제기했다. 검찰은 “정식 공판 기일에 지난 구속 심문을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심리로 열린 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에서 임 전 차장은 추가 구속영장 발부의 법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며 재판부 입장을 밝혀달라 요구했다. 앞서 재판장은 “심문 내용에 대한 고지 의무는 없다”며 재판을 마무리 지으려 했지만 임 전 차장은 “피고인에게도 변론권이 있다. 영장 발부의 의미에 대한 의문과 법률적 견해를 말씀드리려는 것”이라며 발언 기회를 얻었다.
지난 13일 새로 발부된 임 전 차장의 구속 영장에는 국회의원 재판 청탁 관련 혐의만 담겼다. 앞서 임 전 차장은 사법부 현안 관련 도움을 받기 위해 서영교·전병헌·이군현·노철래 등 전·현직 국회의원의 재판 민원을 들어줬다는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3월 ‘판사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법관 인사에 불이익을 준 혐의로 또 한 번 추가기소됐다. 임 전 차장은 “지난 심문에서 이 두 사건을 두고 구속 연장 여부를 심리했는데, 정작 영장에는 국회의원 재판 거래 관련 1차 기소 내용만 담겼다. 재판장의 단순한 실수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를 허용하는 형사소송법상 근거 규정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임 전 차장은 재판부 판단대로라면 ‘영장 무한정 발부’가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임 전 차장은 “이번에 영장에 담기지 않은 2차 기소 사건으로 3차 구속영장 발부가 가능해진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런 방식으로는) 법원이 영장을 무한정 발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속 영장의 효력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구속영장 발부의 부적법성을 공판조서에 남겨 향후 상급심에서 불복 사유로 삼으려는 목적이지 재판 지연 목적은 결단코 아니”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검찰은 “구속심문에 부당함을 느낀다고 해서 공판 기일을 그 주장을 위해 활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추가 구속영장 발부와 관련해서도 “어떤 내용으로 영장을 발부할지는 재판부 재량이다. 일부 범죄사실로도 발부할 수 있다. 그런 전례도 많다. 심문에서 다툰 내용을 모두 포함해 구속영장을 발부해야 한다는 것은 피고인의 독자적 논리에 불과하다”고 받아쳤다.
재판부 또한 “이미 심문 후 판단을 마친 사안인데 피고인이 발언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임 전 차장과 변호인이 영장에 빠진 공소사실을 두고 재판장의 “실수”라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도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다. 이 자리에서 공방이 오갈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논쟁을 일축했다.
한편, 이날 강제징용 재판거래와 관련해 청와대 의견을 외교부와 법원행정처에 전달했다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은 “(김 전 비서실장이) 협심증을 앓고 있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지만 갑자기 출석에 불응할 정도로 건강상 사정변경이 생긴 것인지 의문이다. 증인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의사 소견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한다”고 전했다. 재판부에 “적극적으로 증인에 대한 구인영장 발부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이날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대법원이 징계청구한 10명 법관의 명단과 법관 징계 청구서, 청문절차 시 진술 내용 등에 대한 기록을 사실조회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들 법관은 모두 임 전 처장의 공범이거나 직권남용 상대방에 해당해 그들의 가담 정도와 부당 지시 등을 입증하려면 징계자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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