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정운호 게이트’ 수사 기밀을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검찰이 정치적으로 기소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근거없는 의혹제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 심리로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를 받는 성창호·조의연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와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첫 번째 재판이 열렸다. 검찰은 이날 성 부장판사가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언급하고 나섰다. 검찰의 설명에 따르면, 성 부장판사는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에 “피고인 본인이 여당측 인사에 대한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하자 검찰이 정치적으로 기소했다”고 적었다. 지난 1월30일 성 부장판사는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3월5일 검찰은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성 부장판사를 기소했고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 등은 “대통령 측근에 유죄를 선고했다는 이유로 정치 보복을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성 부장판사의 주장을 언급하며 “근거없는 의혹 제기이자 억측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검찰측 설명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8월 공범관계에 있는 신광렬 부장판사를 피의자로 입건했고 그해 9월 8일 성 부장판사를 조사한 뒤 11일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한다.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이 수차례 기각되면서 수사가 지연됐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차장 등 행정처 관계자를 조사하느라 수사에 장시간이 소요됐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기소 대상도 사안의 경중과 가담 정도를 따져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성창호 부장판사 등은 2016년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로 법관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축소하기 위해 검찰 수사기록을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검찰 수사 관련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영장청구서, 수사기록 통해 수사 방향을 확인하라’고 지시를 받은 신광렬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성창호·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임 전 차장의 지시를 그대로 전달했다. 그에 따라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확보한 수사 기밀 관련 문건 9건, 수사보고서 1건 등이 2016년 5월부터 9월까지 10차례에 걸쳐 행정처로 전달됐다고 한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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