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6천만원대 뇌물수수·성접대 혐의로 구속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호송차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사실이 그의 스폰서로 알려진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구속영장청구서에 포함됐다. 검찰은 김 전 차관에게 일단 뇌물 혐의만 적용해 구속한 바 있다. 이르면 22일 밤 결정되는 윤씨의 구속 여부가 ‘동영상’ 주인공으로 지목된 김 전 차관의 성범죄 혐의 입증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21일 <한겨레> 취재 결과, 김학의 전 차관 검찰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이 청구한 윤씨의 구속영장에는 2006년 10월~2008년 2월까지 윤씨가 피해자 이아무개씨에게 저지른 여러 건의 강간치상 혐의가 적혔다고 한다. 이씨는 2013년 경찰·검찰 1차 수사, 2014년 검찰 2차 수사 때 성폭력 피해를 주장했던 당사자다. 검찰수사단은 2007년 11월 서울 역삼동 이씨의 오피스텔에서 있었던 윤씨의 성폭행 과정에 김 전 차관이 함께 한 사실을 당시 사진 등을 통해 확인했고, 이를 윤씨 혐의를 설명하며 함께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간치상죄는 공소시효가 15년이다. 2007년 12월21일 이전 성범죄에도 적용할 수 있어 특수강간죄 공소시효(2007년 12월21일 이전 10년)의 벽을 넘어설 수 있다. 수사단은 피해여성 이씨가 성폭력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렸다는 증거로 이씨의 2008년 3월 이후 정신과 치료기록을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간으로 사람을 다치게 한 ‘상해’에는 우울증, 불면증 등도 해당된다. 수사단 관계자는 “윤씨의 강간치상 혐의에 대해 공소시효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씨의 발병 시점을 따져도 공소시효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피해여성 최아무개씨도 지난 20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2007~8년 산부인과 진료기록과 진단서, 2008년부터 현재까지의 정신과 진료기록 등을 제출했다고 한다. 최씨는 2008년 3월께 김 전 차관과 윤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왔다. 최씨의 경우 특수강간죄 공소시효가 15년으로 늘어난 2007년 12월 이후 벌어진 사건이어서 특수강간 혐의도 가능하다. 윤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22일 오전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다. 수사단은 지난 20일 강간치상, 무고, 사기, 공갈미수, 알선수재 등 혐의로 윤씨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윤씨를 전격적으로 체포한 뒤 구속영장까지 넣었다가 ‘별건 수사’라는 취지로 영장이 기각되고 한달 만이다. 수사단은 이날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 전 차관을 불러 조사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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