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차관 의혹의 핵심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검찰은 윤 씨에게 사기·알선수재 등의 혐의 외에 강간치상과 무고 혐의를 추가 적용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성범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피해 여성이 “심리적 제압 상태에 놓여있었다“는 판단을 했다. 윤씨로부터 강요받아 다른 남성들과 성관계를 했다는 피해여성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한 6년 전 검찰의 판단과는 다른 결론이다. 2013년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22일 재구속된 윤씨의 구속영장에는 2006~2008년 윤씨가 피해여성 이아무개씨를 폭행하고 흉기를 이용해 협박하는 등 이씨를 정신적, 심리적으로 제압해 성노예로 만든 정황이 담겼다. 수사단 관계자는 윤씨의 강간치상 혐의에 대해 “이씨는 윤씨에게 심리적으로 제압된 상태였다. 이씨가 윤씨에게 저항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수사단이 이씨가 윤씨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상황을 인정하면서 6년 전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대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검찰은 2013년 11월과 2014년 12월 이씨에 대한 성범죄를 두차례나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당시 수사기록에도 이씨가 정신적 피해를 호소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이씨가 윤씨의 상습강요로 여러 남성들과 성관계를 강요받았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2013년 1차 조사때 검찰은 이씨가 사건이 벌어진 강원도 원주 별장을 벗어난 이후에도 수년동안 피해 신고를 하지 않았고 강간 피해를 당한 장소에 계속 머물렀다는 점 등을 들어 이씨가 강간 피해를 당한 피해자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6년 후 수사단은 이씨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다른 판단을 한 것이다.
성범죄를 많이 다룬 한 변호사는 “윤씨의 자백이 없는 이상 과거나 지금이나 피해자 진술이 핵심 증거인 점은 같다. 검찰이 6년 만에 다른 판단을 한 걸 볼 때 과거 검찰은 이 사건을 밝히려는 의지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최근 수사단에 나와 조사를 받은 또다른 피해여성 최아무개씨도 2013년 검찰 조사 당시 2008년 3월의 산부인과 진료 기록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2008년 3월말 강원도 원주 별장에서 윤씨가 옷방에 자신을 밀어넣자 기다리고 있던 김 전 차관이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해왔다. 최씨는 사건이 일어난 뒤 산부인과를 다녀왔고, 이후 검찰 조사에서 기록을 제출했지만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수사단에 진료 기록을 근거로 사건 일시를 특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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