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폭행과 뇌물수수 의혹 사건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단 단장에 임명된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1일 오전 수사단 사무실이 있는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4일 김 전 차관과 윤중천씨를 각각 뇌물과 강간치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한다. 지난 4월1일 대규모 수사단을 꾸려 수사에 착수한 지 두달 만이다. 물증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핵심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는 ‘성과’를 올렸지만 수사단의 고민은 깊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최근 수사를 촉구한 한상대 전 검찰총장 등 전직 검찰 간부들 처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검찰수사단은 3일 “김 전 차관의 구속기간이 끝나는 4일 김학의·윤중천 두 사람을 기소하고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속 뒤 김 전 차관은 검찰 조사에서 줄곧 진술을 거부했고, 윤씨 또한 구속 이후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지금까지 확보한 증거와 관련자 진술을 더해 혐의를 입증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전 민정수석)과 이중희 변호사(전 민정비서관) 등의 2013년 경찰 수사 외압 의혹 수사결과도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과거사위가 수사를 촉구한 한 전 총장과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박충근 전 춘천지검 차장 처리를 두고 수사단과 대검은 고심에 빠졌다. 과거사위는 이들이 윤중천씨와 교류하면서 “사건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며 “수뢰죄 또는 수뢰 후 부정처사죄 등을 범한 것이 아닌지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지만, 우선 공소시효가 문제다.
김용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이 지난달 2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의혹과 과거 검·경 수사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검찰과거사위는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한상대 전 검찰총장 등 검찰 고위직 간부와의 유착 의혹에 대해 수사를 촉구했다. 과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과거사위가 밝힌 한 전 총장의 혐의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던 2011년, 검찰 수사를 받던 윤씨에게 유리하게 수사 주체를 바꿔줬다는 것이다. 이 의심이 사실이라 해도 한 전 총장이 받은 액수가 1억원 미만이면 5~7년인 뇌물죄 공소시효는 이미 끝났고, 1억원 이상이라야 시효가 살아 있다. ‘보험성 뇌물’을 단죄하는 ‘수뢰 후 부정처사’는 공소시효(10년)가 살아 있지만 적용이나 입증이 쉽지 않다.
윤 전 고검장의 경우 2013년 1차 김학의 수사 때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었고, 2차 수사 때는 대검찰청 강력부장으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를 지휘했다고 과거사위는 밝혔다. 그러나 김 전 차관 1차 수사에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인 특수3부와 강력부가 관여해, 1차장은 결재권자가 아니었다. 검찰 관계자는 “설령 2차 수사 때 영향력을 행사했다 해도, 수뢰 후 부정처사가 되려면 접대할 당시 윤 전 고검장이 (미래에) 대검 강력부장을 하리라는 확정적 기대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고 했다.
사건 소개 대가로 윤씨에게 리베이트를 준 의혹이 있는 박 전 차장에 대해선 ‘돈을 준 시기’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법 중 관련 조항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비교적 짧다.
공소시효 문제는 6년 전 검찰의 부실·봐주기 수사 결과여서, 수사단으로서는 법에 따른 ‘수사 불가’를 선언하기 쉽지 않다. 검찰 스스로 원죄를 재확인해야 하는 만큼 여론의 거센 비난 등 후폭풍이 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강희철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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