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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박근혜 청와대는 ‘김학의 동영상’ 몰랐다? 경찰 ‘엇갈리는 진술’

등록 2019-06-05 06:00수정 2019-06-05 08:07

동영상 알고도 ‘청 보고’ 안했다?
김학의 차관 내정 발표 전인 3월초
피해자, 경찰에 동영상 보여줬는데
경찰은 청와대에 “동영상 확보 못해”
당시 수사 실무자는 “윗선 보고” 상반

“김학의 영상 맞지만, 성범죄 아냐”
뇌물수수 혐의 입증 간접증거 그쳐
검찰 과거사위 ‘추가 영상’ 가능성엔
수사단 “다른 영상 발견하지 못해”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관련 사건의 중심에는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강원도 원주 별장에서 김 전 차관이 한 여성과 성관계하는 장면이 담긴 ‘김학의 동영상’이 있다. 4일 검찰수사단은 김 전 차관이 ‘김학의 동영상’의 주인공이 맞다면서도 성범죄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여론의 관심을 견인하며 재수사의 ‘불씨’가 되었던 동영상은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는 데 그친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김 전 차관 입장에서는 성범죄가 아닌 뇌물죄로 기소된 것이 다행”이라는 말이 나온다. 성접대는 받았지만 강간범이라는 굴레는 그나마 피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 “2013년 1월 김학의가 동영상 내용 물어봐” 이와 관련해 이철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013년 1월 동영상을 본 뒤 김 전 차관에게 직접 사실 여부를 물어봤다”고 밝혔다.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에서 직위해제 상태였던 이 의원은 내연관계였던 윤씨를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한 권아무개씨를 고향 후배 소개로 만났다고 했다. 이 의원은 “권씨가 ‘허준영 전 경찰청장과 김학의 검사장 때문에 경찰 수사가 잘 안 되고 있다’ ‘윤씨가 자기 별장에 왔다 간 사람들의 동영상을 찍어서 협박한다고 하더라’ 등의 말을 하며 동영상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 의원은 허 전 청장과 김 전 차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씨와의 관계를 물었다고 했다. 허 전 청장은 “아는 사람이다. 별장 근처에서 골프를 치고 묵고 온 적이 있다. 아내와 함께 갔는데 불미스러운 짓을 했겠느냐”고 말한 반면, 김 전 차관은 “윤중천도 모르고 별장에 가본 적도 없다”고 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김 전 차관이 ‘검찰총장이 되려고 하니까 음해 세력이 너무 많다’며 동영상이 어떤 내용인지 나한테 물었다. 이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윤중천이었다. ‘자신이 (영상을) 찍었다. 자신이 (김 전 차관을) 승진시켰다’고 이야기하며 동영상을 회수할 수 있냐고 물었다”고 했다. 이 의원은 지난 4월 말에도 <한겨레>에 같은 취지의 설명을 한 바 있다.

수사단은 윤씨가 2006~2012년 원주 별장에서 고위공무원, 유명 병원 의사, 건설업체 대표, 호텔 대표 등 10여명에게 성접대 또는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일부 확인됐다고 했다. 다만 공소시효가 이미 지나 수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된 유력 인사의 성관계 장면이 찍힌 다른 동영상의 존재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윤씨가 원주 별장에서 성접대를 한 이들을 촬영한 뒤 이를 자신의 민원 해결이나 금품 갈취에 쓴 정황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 “경찰의 동영상 입수는 차관 임명 전” 김학의 동영상은 박근혜 청와대와 경찰 사이 진실 공방으로도 관심을 모았다. 수사단은 2013년 3월 초 경찰이 이 동영상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도 청와대에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전에 여러차례 보고했지만 청와대가 이를 무시하고 김 전 차관을 임명했다가 낙마 사태로 번졌다는 경찰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찰이 검찰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 동영상의 존재를 숨겼다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해명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김학의 동영상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 중 하나는 경찰이 동영상을 언제 확보했는지였다. 박근혜 청와대 인사들은 “경찰이 김 전 차관에 대한 내사에 착수하고도 이를 보고하지 않아 문책성 인사를 했다”고 해명해왔다. 수사단은 경찰이 최소한 김 전 차관 내정 전인 2013년 3월 초에 이미 동영상 내용을 파악해놓고도 청와대에는 ‘동영상이 없으며 내사·수사도 하지 않고 있다’고 여러차례 허위보고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수사 외압 혐의도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수사 외압 등이 실제로 있었더라도 당시 경찰 수사지휘부가 검찰수사단에 이를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의 직권남용을 인정할 경우 자신의 직권남용 혐의까지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기록을 보면, 경찰이 윤씨와 내연관계였던 권아무개씨로부터 동영상을 제출받은 시점은 3월19일이다. 하지만 수사단은 권씨가 이미 ‘2013년 3월 초’ 경찰청 범죄정보과 소속 팀장에게 동영상을 보여줬다고 했다. 권씨가 3월4~8일 동영상 내용이 포함된 34쪽짜리 진술서를 경찰청 팀장에게 이메일로 3차례 보낸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대해 수사단은 경찰 내부에서도 진술이 엇갈린다고 밝혔다. 당시 지휘라인에 있던 경찰 고위관계자는 수사단에 “이 정도 사안이면 자신한테 보고됐어야 한다. 보고를 받았다면 청와대에 보고했을 것”이라고 했지만, 경찰청 정보국 중간 단계에서 보고가 끊겼다는 것이다. 수사단은 “팀장은 정보과장에게 보고했다고 하는데, 정보과장은 보고를 안 받았다는 상반된 진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재우 서영지 최우리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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