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이 5일 오후 자신의 모교인 고려대학교를 찾아 학생들을 대상으로 ‘검찰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제 식구 감싸기’ ‘봐주기 수사’라는 평가를 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수사를 두고, 외부인이 수사의 적절성과 공정성을 점검하는 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김 전 차관 사건 검찰수사단을 꾸릴 때 “수사 결과를 점검받겠다”고 밝혔던 검찰은, 정작 수사 결과 발표 뒤엔 수사심의위 개최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태도를 바꿨다.
6일 대검 관계자는 ‘김 전 차관 사건 수사 결과에 대한 점검 절차를 밟을 것인지’를 묻는 <한겨레> 질문에 “수사심의위원회 개최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사 결과를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면 (심의위원회를) 하는 거고, 그게 아니면 할 필요가 없다”며 “현재 수사의 공정성이나 적정성 여부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다. 아직 수사심의위원회 구성을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사 공정성 등에 대한 의견을 듣는다고는 하지만, 수사심의위원회 구성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김 전 차관 사건 검찰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지난 4일 김 전 차관과 그의 스폰서인 윤중천씨를 뇌물과 성범죄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지만 △과거 이들을 무혐의 처분했던 검찰 관계자 △수사 외압 행사 의혹이 있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인사 △윤씨와 유착됐던 또 다른 검찰 고위직 등에는 ‘공소시효가 지났다’ ‘단서가 없다’ 등 이유로 면죄부를 줬다. 또 2013년 검·경 가운데 가장 먼저 ‘김학의 동영상’을 확인하고, 윤씨 원주 별장 모임 구성원 등을 알고 있는 핵심 참고인인 이철규 전 경기경찰청장(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사에 응한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검찰은 그를 조사하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여러차례 수사에 대한 점검을 공언했다. 지난 3월29일 수사단 출범 때 대검은 “수사 결과에 대한 외부 점검도 (문무일 검찰총장의) 지시사항에 포함돼 있다”며 “수사 종료 뒤 검찰총장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에 따라 수사점검위원회를 소집해 수사의 적정성과 적법성 등에 대한 점검을 부여할 수 있다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문 총장도 4월9일 ‘월례 간부회의’에서 “이번 (김 전 차관 사건) 수사는 향후 수사심의위원회의 외부 점검을 받는다는 각오로, 사건의 실체를 철저히 밝혀 국민들에게 소상히 설명드릴 수 있어야 하겠다”고 말했다.
수사점검위원회는 변호사·교수·기자·시민단체 활동가 등 검찰 외부위원 250명 중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된 15명의 위원이 수사 과정과 처분 내용이 적정했는지 심의하는 기구다. 과거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에 대해 외부 특검이 아닌 내부 수사단을 꾸린 만큼 수사 결과에 대한 추가 검증 절차를 밟겠다고 공언한 셈인데, 정작 수사 결과 발표 뒤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 총장은 지난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때도 수사팀의 수사심의위 구성 요청을 거절한 바 있다. 당시 수사팀은 강원랜드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검찰 일부 간부를 기소하겠다며 수사심의위 구성을 문 총장에게 요청했다. 그러나 문 총장은 이를 거절하고 법률가 7명으로 ‘전문자문단’을 꾸려 검증에 나서도록 했고, 이들은 “수사 외압은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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