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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법농단 문건 공개 뒤집은 ‘사법농단 연루’ 항소심 판사

등록 2019-06-13 19:11수정 2019-06-21 10:32

검찰서 통보한 비위 66명에 포함된
서울고법 문용선 부장판사
참여연대가 낸 정보공개 청구 기각
법조계서 ‘공정성 의문’ 지적 나와
서울 서초동 대법원 법원 전시관 안에 법관의 양심과 독립 등을 명시한 헌법 제103조가 적혀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법원 전시관 안에 법관의 양심과 독립 등을 명시한 헌법 제103조가 적혀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사법농단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판사가,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조사 문건을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해당 판사가 애초에 이 사건을 맡은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문용선)는 참여연대가 법원행정처의 정보공개 거부를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청구를 기각한다”고 13일 판결했다. “문건이 공개돼도 대법원 감사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1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참여연대가 공개를 요구한 문건은 지난해 5월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 발표 당시 조사보고서 첨부자료에 딸린 ‘조사 결과 주요 파일’ 410개 중 404개 파일 원본이었다. 당시 행정처는 “해당 정보가 공개되면 대법원 감사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비공개 결정했지만, 지난 2월 1심에선 비공개 결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달 9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조사와 감사는 마무리됐다”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대법원의 감사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가 옳다고 봤다. 현재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전·현직 법관 14명의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검찰이 대법원에 비위 통보한 66명의 법관 중 10명에 대한 징계절차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감사 업무가 완전히 종결됐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행정처)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검토·작성한 문건이 공개될 경우 향후 업무 담당자들이 공개를 우려해 소극적인 업무 태도로 일관할 수 있다”는 판단도 담았다. ‘내부 검토만 했을 뿐 실행하지는 않았다’는 사법농단 관련자들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재판장인 문용선 부장판사는 검찰이 사법농단에 연루됐다며 법원에 통보한 비위 법관 66명 중 한명인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문 판사는 2015년 서울북부지법원장으로 있을 때 당시 임종헌(구속기소) 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재판 청탁 내용을 전달받은 뒤, 해당 사건 주심 판사를 직접 사무실로 불러 그 내용을 전달했다. 참여연대가 공개를 요구한 문건 중 대다수는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됐고, 현재는 두건만 비공개로 남았다. 그중 하나가 ‘20대 국회의원 분석’ 문건인데, 여기에 당시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영교 의원도 포함돼 있다.

형사소송법은 법관 본인이 관련됐거나,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 스스로 사건을 ‘회피’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사법농단 관련자가 사법농단 관련 재판을 맡았다. 본인이 회피했을 수도 있는 사건을 재판한 것”이라 꼬집었다. 이에 서울고법 한 판사는 “비위 통보 법관 명단은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설령 회피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순 없다”고 했다. 문 부장판사는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날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단 한차례의 변론기일만 진행된 뒤 새롭게 제출된 자료나 변론 근거가 없음에도 1심과 상반된 판결을 내렸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을 상대로 비위 통보 법관 66명과 징계 대상자 10명의 명단, 비위 내용 등을 정보공개 청구하기로 했다.

장예지 임재우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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