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월8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로 ‘윤석열 사단’이 대거 물갈이된 뒤, 새로 임명된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 담당 수사부장 등 지휘계통을 건너뛴 채 ‘김기현 측근 경찰수사 관련 의혹’,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사건을 직접 수사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무 수사부서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 김태은 부장검사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린다는 겁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배용원 공공수사부장 등 새로 임명된 지휘 라인을 ‘패싱’한 채, 총장이 직접 지검 부장과 직통하는 이례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겁니다.
앞서 지난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선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박찬호 공공수사부장 등 대검 참모진과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 등 특수통 출신 ‘윤석열 사단’이 대거 교체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과 교감하며 실제 수사를 집행해온 지검 차장, 부장 검사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오는 21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를 축소하는 내용의 검찰 직제개편안이 통과되면 바로 지검 차장, 부장급 중간 간부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이들의 운명을 두곤 지난 14일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의 새해 기자회견 발언에서 전망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고위간부 인사에 대한 평가임과 동시에 곧 있을 중간 간부 인사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속적으로 검찰개혁 이슈에 천착하면서 깊이있는 칼럼을 많이 써온 김이택 <한겨레> 논설위원과 함께 따끈따끈한 검찰 인사의 속사정 심층적으로 들여다봤습니다.
지난 번 검찰 고위간부 인사 뒤엔 예상 밖으로 검찰 내부 반발이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그 이유로는 지난해 7월 윤석열 총장이 사실상 주도하다시피해 이뤄진 ‘특수통 윤석열 사단의 요직 독점’ 인사에 대한 반작용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중간 간부 인사에 대해선 어떤 반응이 나오게 될까요.
“몇가지 변수를 청와대와 법무부도 깊게 고민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칫 ‘수사 방해’ 프레임이 작동될 경우 여론 악화로 총선 정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특히 윤 총장이 직접 보고받고 지시를 내리는 ‘하명 의혹’ 수사 담당 김태은 부장의 거취가 갈릴 경우 윤 총장이 어떻게 나올지도 청와대와 법무부의 인사 결정에서 주요 고려 사항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조국 일가 수사’와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수사’는 기소까지 끝나 사실상 마무리 상황입니다. 반면 ‘하명 의혹’ 수사는 윤 총장이 직접 챙기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조국 전 장관과 청와대 관련 수사를 맡아온 지검 차장들까진 (인사가 가능할지) 몰라도 부장급들은 폭과 수위를 인사권자도 고민할 것 같습니다.”
결국 서울중앙지검 신봉수 2차장, 송경호 3차장 등은 인사 조처될 가능성이 커보인다는 겁니다. 또 부장급에서도 담당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된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조국 일가 수사)과 이정섭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유재수 수사)은 교체 인사가 이뤄져도 이른바 ‘수사 방해’ 프레임이 작동할 여지는 크지 않아 보입니다. 반면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의 거취를 두고는 청와대와 법무부도 막판까지 고심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검찰 인사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은 정권 수사를 막기 위한 ‘학살’이라는 프레임을 내세워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입니다. 반면 거대 권력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 차원의 인사권 발동이라는 견해도 많죠.
수사권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보잘 것 없는 수사 결과나 편파 논란, 인권침해 논란 등 수사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당연히 선출권력이 평가하고 통제해야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한 사실상 유일한 합법적인 수단이 인사권이라는 얘길 텐데요. 이런 점에서 과거 정권에서 수사 자체를 통제하고 또 나중에 보복인사로 길들이기를 시도했던 사례와 이번 인사권 발동은 분명히 구분해 볼 점이 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검찰 개혁 흐름에 동의하면서도 검찰의 수사력 약화로 이어지는 결과를 빚어선 안된다는 우려도 나오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