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이타마시가 코로나19 대비용 마스크를 재일 조선학교를 제외하고 보급하자 시민들이 조선학교에 보낼 마스크 기부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정의기억연대 제공.
“독거노인분들에게 나누어 드리려고 저희 어머니가 직접 만드신 수제 마스크입니다. 약소하지만 작은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성인용 마스크라 아이들에게 맞지 않을 텐데…. 고무줄을 줄여서라도 아이들이 사용했으면 좋겠네요. 많이 힘드시겠지만 잘 견뎌내시길 응원합니다.”
일본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가 코로나19 예방용 마스크를 배포하면서 재일 조선학교 제외 방침을 세운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 시민단체에 조선학교에 보낼 마스크와 후원금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사이타마시는 일본 안팎의 거센 비판을 받자 조선학교 제외 방침을 철회한 상태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몽당연필 등 10개 시민단체는 19일 “일본 사이타마시에 있는 조선학교에 마스크와 마스크 구입용 후원금 보내기 운동을 진행한 결과(이날 오전 11시 기준) 마스크 1500여장과 후원금 2400여만원이 모였다”고 밝혔다. 정의연 등은 앞서 13일 “그 어느 때보다 연대의 힘이 필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사이타마시는 조선유치원에 대한 마스크 배급을 배제하는 등 일본정부와 지자체의 재일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정책이 극심한 상황”이라며 “일본 정부와 지자체에 차별 철폐를 촉구하는 항의서한 보내기와 마스크 보내기 운동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민들은 마스크와 후원금, 손소독제 등 기부물품을 관련 단체에 전달하면서 손편지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기부에 참여한 한 시민 5명은 손편지에 “뉴스를 통해 일본에서 조선학교에 대한 마스크 차별 소식을 듣고 너무 화가 났습니다. 작지만 큰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도 18일 “우리 아이들 힘내요. 나도 조금 보태요”라며 20만원을 후원했다.
일본 사이타마시는 지난 9일부터 관내 어린이집과 유치원, 방과후교실 등에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한 마스크 배포를 시작하면서 조선학교 유치원에는 배급하지 않아 차별 논란이 일었다. 이 지역 조선학교 유치원에서는 41명의 아이들이 교육받고 있다. 당시 사이타마시 관계자가 “학교 쪽이 마스크를 다른 곳에 전매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후 조선학교 유치원 관계자 등이 항의하자 시는 사과와 함께 조선학교 유치원을 배포 대상에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정의연은 앞서 13일 유엔(UN) 인권 최고대표와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에게 “일본 정부의 차별정책은 국제인권원칙 위반이고, 마스크 지급 정책에서 인종을 이유로 한 배제와 차별이 이뤄지는 일본 상황에 주목하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달라”는 취지의 항의서한도 보냈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사이타마시의 차별에 대해 “반인도적인 인종차별로, 지방정부로서 성숙하지 못한 행동”이라며 “이번 마스크 후원은 단체에서 보내기도 했지만 개인이 자기 몫으로 가진 3~4개를 보내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 열악한 상황에 있는 조선학교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강재구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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