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가 검찰 수사 정보를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성창호 부장판사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현직 판사가 사법농단 관련 무죄 판결을 공개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심리를 통해 정의와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하는 결론이 도출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최창석(52·사법연수원 28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2일 <법률신문>에 ‘영장재판에서의 공무상비밀누설’이라는 판례평석을 실었다. 신광렬·성창호·조의연 부장판사의 1심 선고에 관한 것으로, 이들은 2016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영장전담판사로 일하면서 법관 비리에 관한 검찰 수사를 저지하기 위해 수사기록을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기소됐으나 지난 2월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최 판사는 판례평석에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보고 행위가 통상적인 예에 따른 사법행정상의 정당한 직무 보고라고 봤지만, 쉽사리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사의 밀행성, 재판의 독립, 영장재판의 비공개 원칙 등을 고려할 때 영장재판의 보고는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짚으며 “(보고를 받았던) 법원행정처 차장 등도 모두 현직 법관 신분인 점을 고려하면 법관 비위에 대한 수사상황은 비밀 보장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밝혔다. 관련자의 자세한 진술 내용이나 증거 확보 상황까지 포함된 보고 내용은 사법행정상 보고와는 무관한 내용임이 명백하다며, 종결된 사건만을 보고하게 한 관련 예규(중요사건의 접수와 종국 보고에 관한 예규·2018년 폐지)에 비춰볼 때 보고 시점도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최 판사는 또 이들이 유출했다는 수사기밀이 비밀로써 보호받을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녹취 자료나 (검찰) 수사상황이 언론에 보도됐거나 보도 예정이었다 하더라도, 사적인 취재나 추측에 의한 언론 보도는 수사기록에서 확인된 공적인 정보와 신뢰가치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며 “사적으로 확보한 정보와 수사 기록상 공적 정보가 유사하다고 해 보호가 불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검찰이 스스로 법원에 법관 비위 사항을 전달한 점을 근거로 수사정보가 비밀로써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본 1심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어 검찰총장을 압박하는 방안이나 언론의 관심을 법원에서 검찰로 돌리는 방안 등을 모색한 보고서는 “사법행정권의 최고 정점인 법원행정처에서 다수 판사들이 관여해 작성된 사정에 비춰보면” 수사기능에 장애가 초래될 위험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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