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지지하는 교수학술 4단체 기자회견이 2014년 6월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삼성전자에 삼성전자서비스노조 인정과 단체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 사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임원들이 중앙노동위원회 등에서 사용자 쪽을 대표하는 ‘사용자 위원’으로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 편에 서서 노조 활동을 방해한 경총 임원이 노동위원 활동을 지속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경총 남용우 상무와 황용연 노사협력본부장은 지난해 12월 삼성 노조와해 사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에도 각각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서 사용자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가 노조를 설립하자 교섭권을 위임받은 뒤 삼성의 계획대로 단체교섭을 지연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남 상무와 황 본부장은 부당노동행위 혐의가 인정돼 각각 800만원, 7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판결에 불복해 항소심 진행 중이다.
중노위·지노위는 각종 노동 사건의 조정·중재·심판을 맡는 준사법 기능을 지닌 행정기관으로, 위원들은 법원의 판사와 비슷한 역할을 담당한다. 남 상무는 2009~2018년 지노위에서 사용자 위원을 지낸 뒤 지난해 1월 중노위 사용자 위원으로 새롭게 위촉됐다. 2018년 9월 기소됐지만 재위촉에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2016년 10월 지노위 사용자 위원이 된 황 본부장도 남 상무와 함께 기소됐지만 1심 선고 5일 전인 지난해 12월12일 다시 지노위원으로 위촉됐다. 부당노동행위에 따른 검찰 수사와 기소가 이들의 사용자 위원 활동·위촉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들이 노동위원으로 활동하는 데는 형식적으로는 하자가 없다는 게 노동위원회의 설명이다. 노동위원회법에서는 사용자 위원을 경총 등 사용자 단체가 추천할 수 있으며 최종 선정 과정에서는 국가공무원법 33조가 정하는 결격사유(금고 이상의 확정판결, 공무원범죄 벌금형 등)가 없으면 그대로 위원 제청이 가능하다. 노동위 쪽은 “남 상무와 황 본부장의 1심 결과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며 “(이들은) 경총 추천으로 지명된 것이고, 결격사유가 없으면 그대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위원직 유지에 부적합한 비위사실이 있는 경우”에 면직·해촉할 수 있는데 이들의 노조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이들을 해임하기 어렵다는 게 노동위 입장이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오는 23일 노동위원회에서 열리는 사업특별위원회에서 이들에 대한 위원 활동 배제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면직·해촉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상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는 “통상적으로 공무원은 기소가 되면 직위해제부터 시킨다”며 “노동위원에 적합하지 않은 비위사실이 있으면 면직될 수 있다는 내용이 법으로 정해져 있음에도 노동위원회가 판결 확정 시에만 조처를 한다는 건 법 조항을 너무 협소하게 해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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