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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거취 논란’ 윤석열을 다루는 최선의 방법

등록 2020-04-17 18:22수정 2020-04-17 19:43

임기 중반 레임덕 상황 아냐…자진사퇴 가능성 희박
‘살아있는 권력 수사 중’ 자리 보존만으로도 상징적 의미
“후배 앞에 당당하게 옷 벗겠다” 사퇴시기 저울질 관측도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참모들과 함께 산책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참모들과 함께 산책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4.15 총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나자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가 정가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가 지난해 ‘조국 가족’ 수사로 청와대 및 여당과 대립했던 탓이다. ‘조국 지킴이’를 자처했거나 ‘윤석열 검찰’에 기소를 당한 인사들이 이번 총선에서 대거 당선됐는데, 이들을 중심으로 윤 총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윤 총장의 자진사퇴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와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들은 자진사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근거는 이렇다. 정권교체기를 제외하고 검찰총장이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사퇴하는 경우는 첫째, 대통령이 불신임하거나, 둘째 레임덕에 빠져 일선 검사들을 제대로 지휘할 수 없을 때였다. 그런데 윤 총장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두 가지 요건 중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조국 수사 당시 여권 인사들이 윤 총장을 맹공격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을 신임한다”고 했다. 청와대도 공개적으로 ‘불신임’을 밝힌 적은 없다.

레임덕도 윤 총장과는 거리가 멀다. 다른 공직자와 마찬가지로 검찰총장도 임기 후반부에 레임덕에 빠진다. 임기를 1년 남겨둔 시점에는 차기 총장 후보군이 형성되면서 자연스레 ‘미래 권력’에게 힘이 실린다. 특히 검찰은 ‘정무적 감각’이 뛰어난 조직이기 때문에 권력의 이동에 아주 민감하다. 역대 임기를 채운 총장들도 거의 예외 없이 후반기에 레임덕을 맞았다.

하지만 윤 총장은 이런 ‘공식’에 맞지 않다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말이다. 검찰 고위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윤 총장은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검찰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어찌됐든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한 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레임덕이란 말은 윤 총장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총장이 총선 이전 때처럼 마구 ‘칼’을 휘두르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우선 ‘180석’이 주는 부담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아무리 “정무 감각이 없는”(윤 총장의 지난해 국감 발언) 총장일지라도 국회를 장악한 여당의 힘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된 ‘윤 총장 부인 및 장모 관련 의혹’ 수사도 그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검찰에 고발된 건은 윤 총장이 부인 김건희씨와 결혼하기 전에 벌어진 일이지만, 수사 과정에서 또 다른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 부인과 장모가 수사를 받고 있는 검찰총장이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거침없이 지휘권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윤 총장이 사퇴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고위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윤 총장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임기를 채우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옷을 벗더라도 당당하게 벗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할 것이다. 후배 검사들에게 어떤 총장으로 남느냐가 그에겐 중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여권에서 나오는 ‘윤 총장 사퇴 압박’은 오히려 그의 입지를 강화시켜줄 수 있다. 여권 인사들이 별 생각 없이 던지는 말들이 보수 언론에 의해 정치쟁점화 될수록 윤 총장의 몸값은 더욱 올라간다는 것이다. 윤석열을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를 그냥 놔두는 것’인 셈이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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