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이천 모가체육관에서 차례대로 감리사·시행사·시공사 대표가 유족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일용직 노동자 등 38명이 숨진 이천 화재에 책임이 있는 시공사와 시행사, 감리사 대표가 유족들에게 입장을 밝혔지만, 원칙적인 사과 외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있지 않아 유가족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1일 오후 2시42분 화재가 난 물류센터 근처에 있는 이천 모가체육관 단상에 올라온 각 대표들은 고개를 숙이며 입장 발표를 시작했다. 시공사인 ‘건우’의 이상섭 대표는 “머리숙여 사과드린다. 원인이 무엇이든 시공사 대표인 제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시행사인 한익스프레스의 이재헌 대표와 감리사 전인씨엠의 한상규 대표가 사과를 이어갔다. 사과 외 보상 등 구체적인 대책 마련 내용은 따로 담겨있지 않았다.
5분만에 각 대표들의 사과문 발표가 마무리 된 뒤, 20여분 동안 유족들의 날카로운 질문들이 빗발쳤다. 유족들은 “당일 안전요원이 있었나. 있었다면 명단을 달라” “어떻게 구체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장례와 보상 절차는 어떻게 되는 건가” “한달 동안 안전요원을 못 봤다” 등의 질문을 던졌다.
보상 내용을 묻는 질문에 이상섭 대표는 “임직원과 협의해서 유가족 대표단 구성되면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답했으며 이재헌 대표는 “지금부터 연구해서 얘기하겠다”라고 말했다. “안전요원이 사망했냐. 원래 현장에 같이 있어야 했는데 왜 멀쩡하냐”는 질문에 한상규 대표는 “그날 있었던 걸로 안다. 명단 존재 여부와 숫자는 정확히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밖의 질문에 대체로 “전문성이 없어 모르겠다”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대표들에게 유가족들이 “죄송하다는 말만 들으러 온 게 아니다. 어떻게 처신할지 명확하게 짜와라”는 항의를 하기도 했다.
유가족들의 질문이 끝난 뒤, 기자들이 각 대표에게 “화재안전요원이 있었나” “소화기 등이 제대로 마련돼 있었나” 등의 질문을 던졌으나 대표들은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차를 타고 체육관을 떠났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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