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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부천 쿠팡물류센터 찾아가보니…“거리두기? 수백명 한 공간서 식사”

등록 2020-05-27 16:30수정 2020-05-27 16:57

하루 추가 확진자 50명대 육박
일터 대신 선별진료소 찾은 직원들
“식사 때 등 거리두기 하지 않아”
지역사회 불안감 증폭·등교 연기도
사회적 거리두기 재강화 검토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르고 있는 경기도 부천 쿠팡신선물류센터 담장에 운영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르고 있는 경기도 부천 쿠팡신선물류센터 담장에 운영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고 돌아가던 경기도 부천 오정동 쿠팡 신선물류센터의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27일 오전 찾아간 물류센터는 쉴 새 없이 밀려들던 배송트럭들 대신 휑한 적막감만 돌고 있었다. 지상 5층 규모의 이 물류센터(연면적 30만5052㎡)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 직장이 폐쇄됐다. 철망에는 “고객과 직원의 안전이 완벽히 확보될 때까지 운영을 중단합니다”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고, 경비원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한창 바쁘게 일하고 있을 물류센터 직원들 일부는 이 시각 부천종합운동장 부설주차장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만날 수 있었다. 전날 회사는 직원과 협력업체 3600여명에게 코로나19 전수 조사를 통보해 상당수가 당일 검체 검사를 받았지만, 일부 직원들이 이날 선별진료소를 찾은 것. 지난 23일 물류센터 1층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20대 남성은 “센터에서 첫 확진자가 나오고 전후로 약 2주까지 일했던 모든 사람에게 검체 검사를 받으라고 통보해 선별진료소를 방문했다. 별다른 증상은 없지만, 혹시나 싶어 결과가 나오기까지 불안하다”며 초조해했다.

이 물류센터는 수도권 서부지역으로 배송되는 쿠팡의 신선식품들을 처리한다. 신석식품을 취급하는 만큼 실내 온도는 항상 0℃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6층 옥상 하역장에서 아래층으로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물품을 내려보내며 배송지별 선별과 포장 과정 등을 거쳐 배송트럭에 싣는 구조로 작업이 이뤄진다. 공간 구조상 직원 간 접촉할 일은 많지 않지만, 휴식과 식사 시간대에는 동선이 겹칠 수밖에 없는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2층 포장 공정에서 일한다는 40대 남성 직원은 “일을 시작하면 밀려드는 물량에 화장실에 갈 시간조차 없다. 일하다 보면, 땀범벅이어서 마스크가 벗겨지거나 찢기는 일도 다반사다. 보통 개인 마스크를 사용하는데, 작업 중 마스크에 문제가 있을 땐 회사에서 지급한다”라면서도 “수백명이 한 공간에서 식사하는데, 별도로 거리두기는 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비대면(언컨택트) 경제가 떴고 그 결과 쿠팡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의 일감이 크게 늘었는데, 정작 그 내부에서는 ‘언컨택트’라는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부천시가 쿠팡 신선물류센터와 관련해 부천종합운동장 부설주차장에 설치한 선별진료소를 방문한 시민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부천시가 쿠팡 신선물류센터와 관련해 부천종합운동장 부설주차장에 설치한 선별진료소를 방문한 시민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중앙질병관리본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쿠팡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57명(인천 30명, 경기 18명, 서울 9명)으로 늘었다. 이날 신규 확진자만 45명에 이른다. 서울 구로콜센터 이후 하루 단위 최대 확산세다. 물류센터 관련 검사 대상자는 4천여명에 이른다.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확진자들이 쏟아지자, 지역사회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중학생 딸을 둔 박아무개(41·여·부천 오정구 오정동)씨는 “딸이 원격수업만으로는 학업을 따라가지 못해 4월부터 보습학원에 다니는데, 어제부터 다시 보내지 않고 있다”며 “주변 아파트에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많은데, 당분간은 외출하는 것도 두렵다”고 말했다. 부천시는 이날 ‘생활 속 거리두기’에서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이날부터 고교 3학년을 제외한 초·중·고교생과 유치원생 모두 등교 수업을 연기하고, 기존처럼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다음달 2일까지 어린이집 등원 자제를 권고하고, 체육시설도 개방하지 않기로 했다. 경기도는 이날 ‘사회적 거리두기’ 재강화 필요성을 언급하고, 조만간 실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인천도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센터 직원 가운데 인천 거주자가 많아 센터 관련 확진자 중 절반 이상인 30명이 인천에서 확진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물류센터 관련자 중 인천 거주 1459명의 명단을 확보해 검체 검사를 진행 중이다.

한편, 이달 9일 지인 가족의 돌잔치 참석차 부천 뷔페식당을 방문한 인천 부평구 거주 ㄱ(43·여)씨가 이 물류센터 직원으로 확인됐다. 방역당국은 “다만, 이 직원이 물류센터 내 첫 전파자인지는 단정할 수 없다”며 심층 역학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날 확인된 마켓컬리 직원도 부천 물류센터 직원과 접촉해서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서울 송파구에서 접촉자 286명 전원 격리 뒤 검체 채취 진행 중이다.

글·사진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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