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7년 2월16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차량에 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검찰이 4일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2017년 2월 구속됐다가 2018년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2년4개월 만에 다시 구속 갈림길에 서게 됐다. ▶관련기사 3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이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 부회장과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옛 미전실 전략팀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팀장은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이 부회장 승계와 무관하다”고 거짓 증언한 혐의(위증)가 추가됐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과 관련해 이 부회장이 미전실로부터 수시로 보고받은 구체적인 문건을 여럿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런 객관적인 물증에도 이 부회장이 ‘불법적인 부분은 몰랐다’는 취지로 부인해 구속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삼성이 2015년 7월 제일모직의 손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 나스닥 상장 추진도 내부 문건을 통해 ‘주가 부양을 위한 허위상장 발표’라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주 두 차례 이 부회장을 조사한 뒤 지난 1일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튿날인 2일 이 부회장 쪽은 ‘기소 및 수사 계속’ 여부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판단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이 부회장 쪽이 신청한 수사심의위 소집 건은 관련 절차대로 진행되지만, 이날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사실상 실효성은 떨어지게 됐다. 이 부회장 쪽 변호인들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원회의 안건 부의 여부 심의 절차가 개시된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전문가의 검토와 국민의 시각에서 객관적 판단을 받아보고자 소망하는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 부회장 등 3명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8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다.
김정필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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