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22일 양창수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이 ‘양심과 사죄, 그리고 기업지배권의 승계’라는 제목으로 <매일경제>에 기고한 칼럼.
대법관 시절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에 무죄 판단을 내렸던 양창수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위원장이 최근 삼성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두둔하는 취지의 칼럼을 언론에 기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양 위원장은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의 고등학교 동기인 사실도 확인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기소 적절성을 판단하는 수사심의위의 위원장 역할을 하기에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양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매일경제>에 기고한
‘양심과 사죄, 그리고 기업지배권의 승계’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언급하며 ”이(재용) 부회장 또는 삼성은 그 승계와 관련하여 현재 진행 중인 형사사건을 포함하여 무슨 불법한 행위를 스스로 선택하여 저질렀으므로 사죄에 값하는 무엇이라도 있다는 것인가”라고 썼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불법을 저지른 일이 없다는 인식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양 위원장은 또 “아버지가 기업지배권을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범죄가 아닌 방도를 취한 것에 대해 승계자가 공개적으로 사죄를 해야 하는가? 혹 불법한 방도라고 하더라도, 그 행위의 당사자도 아닌데 거기서 이익을 얻었다는 것으로 자식이 사과를 할 것인가”라고도 썼다. 삼성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가 불법적이지 않았고, 불법성이 가미돼있어도 이건희 회장이 ‘불법 행위의 당사자’이지 아들인 이 부회장이 책임질 일은 아니라는 추단을 드러낸 것이다.
양 위원장은 “고율의 상속세”를 언급하며 대기업 ‘오너’가 경영권 승계 방도를 마련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두둔하기도 했다. 양 위원장은 “현재 과세표준이 30억원을 넘는 부분은 그 세율이 50%로서, 기업은 반쪽이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업주가 자신의 사후에 대비해 기업의 지속을 원하여 지배권의 원만한 승계를 위한 방도를 미리 마련하고자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라고 썼다.
양 위원장은 또 이 부회장과 함께 경영권 불법 승계 작업의 공범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의 서울고 22회 동창인 사실도 드러났다. 수사심의위 운영지침 11조 1항은 현안위원이 “심의대상 사건에 대해 사건 관계인과 친분관계나 이해관계가 있어 심의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회피를 신청”할 수 있다고 돼있다.
시민사회계에서는 양 위원장 스스로 이번 사건 수사심의를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12일 낸 논평에서 “이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사건에서 이미 무죄 판결을 선고한 이력이 있는 양 전 대법관이 심의위에 참여한다면 결과와 무관하게 또 다른 부적절한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양 전 대법관 자신이 수사심의위 수행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깨닫고 회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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