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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인천공항 파열음’…비정규직 ‘남용’ 바로잡는 과정서 진통

등록 2020-06-25 05:00수정 2020-06-29 11:10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파장
IMF 뒤 비정규직 기형적 늘어
정부 민영화·외주화 추진 결과
용역·파견 소속 비정규직이
본사 정규직 크게 웃돈 사업장
정규직 대폭 늘어나며 ‘내홍’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해당화실에서 보안요원의 호위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해당화실에서 보안요원의 호위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이 결정된 이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9만3천명으로, 목표(20만5천명) 대비 94.2%에 이른다. 이미 전환이 끝난 이도 17만4천명(전환 결정된 이의 90%)이다. 정부는 지난 2월 이런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가 ‘모범적 사용자’로서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보안검색원 직고용을 놓고 또다시 터져나온 논란에서 보듯,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은 숫자로 확인되는 성과와 무관하게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지금까지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들 가운데 기관에 직고용된 이들은 75.9%(13만2천명)로 자회사로 전환된 이들(23.6%, 4만1천명)보다 많다. 이 가운데 직고용 여부를 두고 갈등이 크게 벌어진 기관은 대체로 ‘본사 정규직’보다 ‘용역·파견업체 소속 비정규직’의 수가 많은 곳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도로공사(도공)다.

도공 소속 기존 정규직은 4800명 규모인 데 비해,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은 6700여명으로 1.4배가량 많았다. 도공이 요금수납원의 정규직화 방식으로 자회사 설립을 선택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렇게 비정규직의 규모가 크다는 점도 중요한 원인이었다. 도공의 정규직화 과정에 깊이 관여했던 한 인사는 “새로 대거 사람이 들어오면 기존 정규직들이 누리던 사내복지기금 같은 한정된 기업 복지를 나눠야 해 대폭 줄고, 노조 처지에서도 다수노조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직고용에 반발할 수밖에 없다. 회사도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금수납원들은 자회사행을 수용한 5천명 등을 제외한 1400여명이 길게는 7년여의 소송전을 거쳐 결국 도공에 직접 고용됐다.

인천공항공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기존 정규직이 1400여명인 데 비해, 직고용이 결정된 비정규직은 2100여명(공항 소방대 등 포함)이다. 자회사 전환이 결정된 인원까지 포함하면, 상시·지속 업무를 인정받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인천공항 비정규직은 1만명에 육박한다. 인천공항이, 문 대통령이 직접 방문한 ‘정규직화 1호’ 기관임에도 정규직화 방식 등을 놓고 오랫동안 진통을 겪어온 배경이다.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오른쪽 안경 쓴 사람)이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보안검색 노동자 정규직화 관련 브리핑을 마친 뒤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던 중 직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오른쪽 안경 쓴 사람)이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보안검색 노동자 정규직화 관련 브리핑을 마친 뒤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던 중 직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계에선 이렇게 비정규직 규모가 기형적으로 커진 것이, 1997년 구제금융 사태 이후 정부가 지속적으로 민영화·외주화를 추진해온 결과라고 설명한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인천공항이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아왔지만, 그 이면엔 효율성을 위해 저임금 비정규직을 남용한 비정상적인 고용형태가 있다. 구제금융 이후 20여년 동안 정부가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면서 공공부문조차 외주화해 이익 중심으로 만들어왔다”며 “정규직화 정책은 이런 폐단을 바로잡으려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갈등이 예상되는데도 정부가 ‘기관별로 노사전문가협의회를 거쳐 결정하라’는 큰 틀의 지침만 줬을 뿐 세심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인천공항 사례만 보더라도, 애초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보안검색원은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상 ‘생명·안전 업무’로 인정돼 직고용 대상이었다. 하지만 공사가 이들을 직고용할 경우 업무에 필요한 총기 사용이 불가능해지는 등 법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지난 2월 임시 편제인 자회사 전환 대상으로 바뀌었다가 지난 22일 급작스럽게 다시 직고용이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직고용을 반대해온 기존 정규직은 ‘직고용 최소화’라는 기대가 깨지며 상처를 받았고, 직고용을 요구해온 비정규직들은 끊임없는 ‘희망고문’을 당하며 불필요한 비난과 내부 갈등 등 이중 삼중의 상처를 받고 있다. ‘정규직화=직고용’이 통상적인 인식인데, 정부가 정규직 전환의 구체적인 방식을 정하면서 자회사나 사회적기업 등을 통한 고용까지 허용한 것도 혼란을 불렀다.

노광표 소장은 “지금은 비정규직 남용이라는 폐단을 바꾸자는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공정이라는 이름의 서열화’와 특혜 논란만 남은 상황”이라며 “어떤 일을 공공기관이 해야 할지 공공부문의 기능에 대해 전면적인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나아가 같은 조직 안에서도 서로 다른 일을 하면 임금 격차가 생기더라도 공존할 수 있다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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