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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취재 윤리 위반한 ‘검-언 유착’ 사건 어떻게 될까요

등록 2020-06-26 21:27수정 2020-06-27 02:05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지난 4월28일 검-언 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서울 종로구 채널에이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한 직원이 출입자를 지켜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지난 4월28일 검-언 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서울 종로구 채널에이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한 직원이 출입자를 지켜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검찰이 수사하는 사건의 성격은 언론이 기사에서 수식하는 단어로 규정된다. ‘○○을 수사하는 검찰은~’에서 ○○은 사건을 규정한 메시지다. 그래서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은 국정농단으로 각인돼 있다. 이번주 서초동을 뜨겁게 달군 ‘검-언 유착’ 사건도 마찬가지다. <채널에이(A)> 이아무개 기자의 범죄 구성 여부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찬성)과 대검 형사부(반대) 의견이 갈리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측근 감싸기’라는 논란 속에 이를 논의할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이례적으로 결정했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말 안 듣는 검찰총장”이라며 이례적으로 ‘한동훈 검사장의 법무부 직접 감찰’ 카드를 꺼내 들면서 서초동에는 포연이 자욱하다. 이런 논란으로 전문수사자문단이 소집될지도 불투명하다.

지난해 나라를 두 쪽으로 가른 ‘조국 수사의 기적’으로 최근 검찰 이슈는 사건 자체보다 정치의 땔감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짙다. 사건의 팩트는 실종되고 본질은 증발한 채 소모적 논쟁이 공회전한다. 검-언 유착 사건은 누군가의 측근이라고 감싸도, 찍어내도 온당하지 않다. 검찰이 수집한 증거로 법률가의 양심에 따라 판단하면 될 일이다.

형법에 국정농단이란 혐의가 없듯 검-언 유착이란 혐의는 없다. 이번 검-언 유착 사건에 적용된 혐의는 강요미수죄다. 그동안 언론에 공개된 사실관계와 대법원 판례를 들고서, 강요미수죄로 처벌이 가능한지 사건의 본질이 숨어 있는 서초동 포연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보려 한다. 이 기자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거나 노트북 피시를 포맷해 데이터가 삭제되는 등 증거를 인멸한 의혹도 있어 이 사건의 법적 쟁점을 현 단계에서 엄밀히 논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전제를 한다. 물론 채널에이 이 기자의 취재 방식은 심각한 언론윤리 훼손이라는 점도 전제한다.

강요죄는 ‘폭행이나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사람’에게 적용된다. 강요가 미수에 그칠 때 강요미수죄가 된다. 이번 사건에서 강요미수죄가 성립하려면 세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협박이 있어야 한다. 강요미수죄는 협박을 수단으로 한 범죄다. 여기서 협박이란 ‘상대의 의사결정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의 고지(해가 될 만한 나쁜 일을 알리는 행위)’를 가리킨다. 협박을 받은 피해자가 불이익을 당할 위험이 있다는 두려움을 느껴야 한다. 부담감, 압박감만으로는 강요에 따른 피해가 인정되지 않는다. 이 기자가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전 대표에게 보낸 편지 등을 통해 드러난 내용은, 서울남부지검이 신라젠 수사를 확대해 이 전 대표와 그 가족을 조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로비 자료를 제공해주면 기사를 잘 써주거나 평소 친한 검찰 고위 간부를 통해 선처받도록 해줄 수도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 기자의 협박성 발언에 따른 불이익은 ‘이 전 대표와 가족 수사 가능성’을 꼽을 수 있는데, 이는 이 기자가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을 지배 가능한 상태에서 움직일 수 있는 구조여야 성립 가능하다. 이 기자가 수사 확대 발언을 단순히 예측해 한 것인지, 검찰총장 측근인 한 검사장과 사전 논의가 돼 있었던 것인지 등이 규명돼야 한다. 둘째, 이 전 대표가 유 이사장 비리 등 취재 과정에서 이 기자로부터 협박성 취재를 당했다고 주장했는데, 겁을 먹을 만한 객관적 상황이 인정돼야 한다. 강요미수죄가 성립하려면 이 전 대표 주장대로 이 기자의 취재 탓에 공포심을 느낀 피해자라는 사정이 여러 정황으로 입증돼야 한다. 이 전 대표의 지인인 지아무개씨가 이 기자와 만날 당시는(지난 2~3월) 코로나19 발생으로 일반인의 교도소 접견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지씨가 이 기자를 만나 들은 내용을 이 전 대표에게 어떻게 전달했는지도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셋째, 이 기자가 한 검사장과 협박으로 취재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공모한 행위가 드러나야 한다. 채널에이 자체 조사 보고서에서 이 기자와 후배의 대화 중 언급된 검사의 발언(“만나보고 나를 팔아” 등)이 실제 한 검사장의 말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나아가 이 전 대표에게 어떤 협박을 할지 공모한 내용까지 나와야 한다. 현재 검찰이 유일하게 확보한 이 기자와 한 검사장의 실제 대화 육성 녹음파일을 놓고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대검 형사부 의견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이 사건에 강요미수죄를 의율할 수 있는지는 범죄 구성 요건에 부합하는 새로운 증거들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그 판단이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필 사회부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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