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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아동 성착취물 돈 된다’며 성인물 금지…손정우의 ‘웰컴투비디오’

등록 2020-07-09 14:49수정 2020-07-10 02:33

손정우 판결문·미국공소장 톺아보니
피해 아동·청소년 나이 생후 6개월∼10살
포인트 도입해 구매자, 제작자로 변모시켜
한국 법원 “성장과정 불우, 부양가족” 감경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씨가 6일 오후 법원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되어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씨가 6일 오후 법원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되어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손정우(24)씨가 운영한 ‘웰컴투비디오’는 처음엔 구매에 그쳤던 전세계 소비자를 적극적인 제작자로 변모시키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시장의 거대한 성채였다.

손씨의 미국 연방대배심 공소장, 1·2심 판결문, 범죄인 인도심사 청구 결정문 등을 종합하면, 그는 2015년 4월 웰컴투비디오 누리집의 운영권과 관련 자료를 전 운영자에게서 사들였다. 처음부터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성인 성착취물보다 더 돈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손씨가 웰컴투비디오를 인수한 뒤 누리집에 “성인 음란물을 올리지 마시오”라는 공지를 올린 이유다.

2018년 3월까지 웰컴투비디오에서 유통된 성착취물은 무려 20만개가 넘는다. 성착취물 피해자는 대부분 사춘기 이전의 아동과 유아, 영아들이었다. 같은 해 2월까지 웰컴투비디오 회원들은 100만차례 넘게 이 영상 파일들을 내려받았다. 미국·영국·한국 등에서 4073명이 암호화폐로 4억원을 송금하며 몰려들었다. 이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열쇳말은 ‘PTHC(10∼12살 성행위 약칭), Pedo(소아성애자), %2yo(2살), %4yo(4살)’ 등이었다. 실제 미국 공소장에 드러난 피해 아동·청소년들의 나이 역시 6개월~10살에 불과했다.

손씨는 직접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3055개를 판매·배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와 재생산을 부추길 수 있는 ‘포인트’ 방식을 설계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올린 회원에게 다른 회원이 해당 영상을 내려받을 때마다 누리집 안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한 것이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비자를 잠재적인 제작·배포자로 만드는 구조였다. 실제 한 회원은 새로운 영상을 내려받으려고 100개가 넘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올리기도 했다.

미국 연방대배심이 기소한 손씨의 9개 혐의 가운데 손씨에게 적용될 수 있는 건 한국 현행법상 범죄수익은닉죄에 해당하는 자금세탁뿐이다. 아동음란물 광고 혐의 등은 한국에서 처벌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어서 인도심사 청구 대상에서 제외됐다. 미국 법으로도 처벌 가능한 미성년자를 이용한 노골적인 성표현물 제작, 아동음란물 유통 혐의 역시 한국에서 음란물 판매·배포 등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의 확정판결을 받아 제외됐다.

하지만 당시 1·2심 재판부가 판단한 감경 사유는 여전히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9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6단독 최미복 판사는 “손씨의 범행은 아동·청소년에 대한 인식을 성적으로 왜곡하는 것으로 사회에 미친 해악이 크다”면서도 “손씨의 나이가 어리고 일정 기간 구금돼 있었다”는 이유를 들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범행 과정에서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을 검색하거나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등을 공개한 여성가족부의 ‘성범죄자 알림이’ 애플리케이션을 보며 본인 행동의 위법성까지 확인한 손씨에게 1심 재판부는 “범행을 시인하면서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1부(당시 재판장 이성복)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자와 그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매개 혹은 촉진의 역할을 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미치는 해악이 매우 크다”고 했지만, “범죄사실을 모두 자백하고 어린 시절 정서적·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고, 성장 과정에서도 충분한 보호와 양육을 받지 못한 점 등은 손씨에게 유리한 정상”이라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항소심 선고 16일 전 혼인신고를 해 “부양할 가족이 생긴 점” 등이 유리한 감경 사유가 됐다. 당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판매·배포죄의 법정 최고형은 징역 10년 이하였고, 법 개정으로 현재 법정 최소형은 징역 5년 이상이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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