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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코로나19 확진뒤 ‘차별’ 겪은 개신교 어머니, 이젠 차별금지법 지지”

등록 2020-08-17 15:25수정 2020-08-17 21:09

‘평등법’ 알리는 ‘평등버스’ 17일 국회서 출발
전국 25개 도시 돌며 ‘평등법’ 제정 촉구
“평등으로 가는 길 국회는 타협 없이 합류하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회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국순회 차별금지법제정촉구 평등버스 출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평등버스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들은 29일까지 전국 25개 도시를 순회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린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회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국순회 차별금지법제정촉구 평등버스 출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평등버스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들은 29일까지 전국 25개 도시를 순회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린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서울 송파구 사랑교회 교인이던 ㄱ씨는 지난달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육교사였던 ㄱ씨가 확진을 받은 뒤 어린이집이 잠시 폐쇄되자 학부모들은 “왜 교회 다니는 사람을 써서 우리에게 피해를 주냐”며 원장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몸과 마음에 모두 상처를 입은 ㄱ씨는 결국 어린이집을 그만뒀다. 학부모들을 마주칠까봐 집밖에 나갈 수도 없었다. 이 경험은 그의 삶과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직장과 지역사회에서 전에 겪어보지 못한 차별을 겪으며 다른 이들이 겪어온 차별 경험에 공감하게 된 것이다.

ㄱ씨의 자녀인 시민단체 활동가 ‘쌔미’(30·이하 모두 활동명)는 17일 <한겨레>에 건넨 공개 편지에서 “제 어머니와 아버지는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믿던 기독교인이었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생각을 바꾸셨다”고 밝혔다. “전에는 이 이슈(차별금지법)로 연을 끊을 생각까지 들게 만들 만큼 완강한 부모님이셨지만 부당한 차별을 겪게 되면서, 두 분 모두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쌔미는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이들을 향해 “차별금지법은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법이 아니라 여러분과 여러분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겪게 될지 모르는 부당한 차별을 막아줄 수 있는 법”이라고 호소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회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국순회 차별금지법제정촉구 평등버스 출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평등버스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들은 29일까지 전국 25개 도시를 순회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린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회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국순회 차별금지법제정촉구 평등버스 출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평등버스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들은 29일까지 전국 25개 도시를 순회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린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쌔미의 가족처럼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바라는 이들이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이 법 제정의 취지를 홍보하기 위해 전국 순회에 나섰다. ‘평등버스’다. 인권단체들이 꾸린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의 평등버스는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출발해 춘천·원주·대전·부산·제주 등 전국 25개 도시를 순회할 예정이다. 차제연은 “성소수자·청소년·이주노동자·난민 등 차별에 반대하고 정당한 인권을 요구하는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연대하고, 기자회견·선전전·문화제 등을 통해 평등법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고 있는 만큼 방역지침도 철저히 지킬 계획이다. 차제연 쪽은 버스 안 28개 좌석에 최대 16명만 앉을 수 있도록 해 ‘사회적 거리두기’ 원칙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지역별 행사 일부는 축소하고 기자회견 등에선 참가자 모두 명부를 작성하고 체온을 재 코로나19 의심 증상자와 접촉을 막기로 했다. 차제연 관계자는 “매년 1천여명 규모로 진행하던 ‘평등 행진’을 진행하는 대신에 한번에 10명가량을 하루에 4~5차례 만나는 소규모 접촉방식으로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출발에 앞서 이날 오전 10시 국회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평등버스의 출발을 응원하는 이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활동가 ‘당근’(20)은 2년 전 제1회 인천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면서 평등법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당근은 “당시 혐오세력들로부터 무지개 깃발을 뺏기는 등 공격을 받는 와중에 함께 축제에 온 친구 4명과 연대하며 두려워하지 않고 혐오를 쫓아낼 수 있었다. 평등법 제정과 함께 모두가 연대하고 행동한다면 평등한 세상이 올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혐오세력으로부터 훼손된 신촌역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광고’ 캠페인에 참여했던 활동가 ‘사과’(23)는 “신촌역 성소수자 지하철 광고 사태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더이상 미뤄선 안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사과는 이어 “2007년 차별금지법이 처음으로 발의된 뒤 13년이 지났다. 누구나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고, 누구에게나 평등과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를 위해 차별금지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뒤 차제연 활동가 등 14명은 “국회는 평등에 합류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평등버스에 올랐다. 다음은 쌔미가 한겨레에 공개한 편지 전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회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국순회 차별금지법제정촉구 평등버스 출발 기자회견을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29일까지 전국 25개 도시를 순회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린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회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국순회 차별금지법제정촉구 평등버스 출발 기자회견을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29일까지 전국 25개 도시를 순회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린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차별금지법 반대를 외치는 기독교인들에게 보내는 어느 기독교인의 편지>

안녕하세요. 저는 여러분들과 같은 기독교인입니다. 작년까지 동네의 오래된 교회에서 가족들과 함께 신앙생활을 했다가, 독립하고 지금은 작은 예배공동체에서 같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러분들의 생각과는 달리,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기독교인입니다. 제가 이렇게 편지를 보내게 된 건, 여러분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입니다.

제 가족들이 출석하는 ‘동네의 오래된 교회’는 최근 언론사에 자주 언급되었던 송파구의 사랑교회입니다. 네, 최근 다시 발생한 교회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시작이 된 그 교회요. 여러분들에게 이 교회 식구들이 집단감염사태를 겪으면서 생긴 일들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최근 교회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분들도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이니까요.

저희 어머니는 여러분들처럼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시는 집사님이십니다. 주일 성수는 기본이고, 수요예배, 금요예배도 열심히 참석하시는, 여러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집사님이십니다. 저희 어머니는 죽을 고비를 한번 넘기신 후에, 본인이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보육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독학으로 보육교사 자격증도 따시고, 보육교사 일을 자신의 사명처럼 생각하며 일하신 분입니다. 어린이집에서도 성실하게 역할을 감당해주셔서 학부모님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원장님에게도 신뢰를 얻고 계셨죠.

그런데 제 어머니가 사랑교회발 코로나19 최초 확진 판정을 받게 되면서, 어머니에게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겼습니다. 확진 판정 이후 어린이집이 일정기간 폐쇄가 되면서, 이 어린이집 원장님께서 일부 학부모님들의 거센 항의를 들었다는 것입니다. 어떤 학부모님은 ‘교회 다니는 사람 써서 우리가 이렇게 피해본거는 책임질거냐’ 는 이야기까지 하셨다고 하더군요. 이 때문에 어린이집이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는 소식을 어린이집 선생님을 통해 듣게 된 것입니다. 어머니는 이 일로 큰 충격을 받으셨고,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판단 끝에 결국 권고사직 형태로 실직하셨습니다. 지금은 완치되어 퇴원하셨지만, 이 일을 겪고나서 집 근처에서 어린이집 학부모님들 마주칠까봐 한동안 집 밖에 나오는걸 두려워하셨습니다.

사랑교회 확진자 중 무증상자로 확진판정을 받았던 A 학생은, 사랑교회 신도 중 가장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한 동네에서 태어나 자라온 이 학생은, 확진 판정 이후 삶이 송두리째 망가졌습니다. 학교가 폐쇄 당하게 되면서 시험을 준비하던 학생들이 ‘너 때문에 시험 망치게 생겼다’ 며 A 학생을 질타했고, 전교에 ‘보균자’라고 소문이 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A 학생이 다니던 학원 원장은 이 학생이 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중에 전화를 걸어, ‘너 하나 때문에 학원 망하게 생겼다. 너 같은 애 있으면 학원 손해니까 당장 나가라’ 며 화를 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A 학생은 대인기피증이 생겨 사람을 만나는 것을 무서워하고 있고, 고향인 동네를 떠나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갈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이라면, 제 어머니와 A 학생이 겪은 일들이 뭔가 부당하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던 ‘이력’ 만으로, ‘보균자’ 라는 낙인이 찍혀 일터에서 해고되고, 가게에 손님이 끊기고, 전학을 가야하는 상황이 ‘당연시’ 되는 사회는 여러분도 바라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랑교회 뿐만 아니라 지금도 지역감염 현장으로 언급되고 있는 교회의 교인들이 제 어머니와 A 학생 같은 부당함을 겪었거나 겪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고,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도 이런 상황을 만나실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러한 부당함을 방지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이 현재 21대 국회에 발의가 되어있습니다. 그것이 여러분들이 기를 쓰고 반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입니다. 이 이야기는 여러분들이 한번쯤 받아보셨을 단톡에도, 여러분 교회 목사님이나 여타 목사님들도 이야기 하지 않은 내용입니다. 발의된 차별금지법 법안에는 다음의 내용이 있습니다.

제3조(금지대상 차별의 범위) ① 이 법에서 차별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 또는 경우를 말한다.

1.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學歷),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상태, 사회적신분 등(이하 “성별등”이라 한다)을 이유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영역에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제한·배제·거부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

2. 제1호 각 목의 영역에서 외견상 성별등에 관하여 중립적인 기준을 적용하였으나 그에 따라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불리한 결과 가 초래된 경우

4. 제1호 각 목의 영역에서 성별등을 이유로 적대적·모욕적 환경을 조성하는 등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

제41조(진정 등) ① 이 법에 정한 금지된 차별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 차별행위의 피해자 또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에 그 내용을 진정할 수 있다.

만약 이런 내용의 법이 현재 작동하고 있었다면, 제 어머니는 권고사직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릅니다. A 학생 역시 주변의 학생들이나 학원 원장에게 그런 모욕적인 말은 듣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제 어머니와 아버지(제 아버지 역시 확진 판정을 받으셨고, 완치하셨습니다.)는 여러분들처럼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믿으셨던, 여러분들과 같은 기독교인이셨습니다. 그랬던 분들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생각을 바꾸게 되셨습니다. 전에는 이 이슈로 연을 끊을 생각까지 들게 만들만큼 완강한 부모님이셨지만, 어머니가 확진 이력으로 부당한 차별을 겪게 되면서, 두 분 모두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신 것입니다.

차별금지법에 반대하시는 여러분. 이 법은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것만큼 사회의 해악을 끼치는 법이 아닙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하는 지금 이 시기에, 여러분들, 여러분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겪게 될지 모르는 부당한 차별을 막아줄 수 있는 법입니다. 이것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그리고 주님께서 여러분들을 지켜주시길 기도하겠습니다.

2020년 8월 17일. 쌔미.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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