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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택배 노동자들 “2000명 약속해놓고, 360여명만 분류작업 투입”

등록 2020-09-23 18:02수정 2020-10-19 10:13

택배노동자 대책위 자체 조사
“조합원 있는 곳만 투입 등 꼼수”
국토부 “불충분한 곳 있을수 있지만
목표 인원 90% 수준 배치 보고돼”
한 터미널에 쌓인 택배상자들. 이 상자들을 택배노동자들이 직접 분류해 배송하지만 보상은 받지 못한다. 이광영씨 제공.
한 터미널에 쌓인 택배상자들. 이 상자들을 택배노동자들이 직접 분류해 배송하지만 보상은 받지 못한다. 이광영씨 제공.

“출근해서 보니 뒤죽박죽 ‘택배 산’이 쌓여 있더라고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한숨만 나왔어요.”

택배노동자 이광영(52)씨는 추석이 두렵다. 코로나19로 물량이 늘어난 상황에서 명절까지 다가오자 터미널은 “폭발 직전”이다. 이씨가 맡는 하루 물량도 450건에서 600건, 많게는 700건으로 늘었다. 터미널에 모인 물량을 배송 권역에 따라 나누는 ‘분류작업’도 길어져 아침 9시에 정시 출근하고도 오후 3시가 되도록 배송에 나서지 못하는 날이 많다. 이씨는 23일 <한겨레>에 “오늘은 새벽 3~4시까지 해야 배송을 마칠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19보다 과로로 죽을까 무섭다”고 말했다.

추석을 앞두고 사실상 파업을 예고했던 택배노동자들이 정부와 택배업계의 추가인력 투입 약속으로 한발 물러섰지만 ‘물량이 밀려드는데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노조가 직접 현장을 조사해보니 터미널에 투입된 인력은 360명가량으로 정부가 약속한 2067명의 20%가 채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택배회사가 조합원이 있는 곳에만 선별적으로 인력을 투입하고, 그렇지 않은 곳에는 단 한명도 증원하지 않는 등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달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택배노동자들은 별다른 보상 없이 택배회사의 상품 분류작업에도 동원돼왔다. 업계에선 노동자들이 하루 평균 4~5시간씩 분류작업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물량이 몰리는 명절에는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위해 자기 돈으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할 정도라는 게 대책위의 설명이다. 결국 지난 17일 택배노동자들이 추석 택배 분류작업을 거부하겠다고 하자 정부가 중재한 끝에 업계가 터미널 분류인력 2067명을 포함한 1만여명의 추가인력을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약속된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노동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광영씨는 “물량은 추석 전보다 30% 이상 늘었는데 100명 넘게 일하는 터미널에 6명의 인력만 지원됐다”고 말했다. 경북 지역에서 일하는 택배노동자 김광석(44)씨도 “회사는 책임을 회피하고 대리점 사장만 가족까지 동원해 근무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물류산업과 관계자는 “규모나 계약조건 등이 상이한 각 서브터미널의 특성상 인원이 불충분한 곳이 있을 수 있으나 21일부터 증원이 이뤄진 뒤 22일 오후 2시 기준 일일 모니터링 결과 목표인원의 90% 수준으로 배치가 된 것으로 보고가 됐다”며 “추석 연휴 하루 전날인 29일 중간 결과를 취합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토부의 일일 모니터링은 통합물류협회가 택배업체로부터 취합한 증원 현황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쳐, 실제 택배업체의 배치 상황을 점검한 결과는 아니다.

대책위는 일부 택배회사들이 오는 27일 일요일 근무를 강요하고 있다며 이를 전면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분류작업 인력 투입 약속을 저버리고, 일요일 근무를 강요하는 재벌 택배사를 규탄한다. 하루빨리 개선되지 않으면 다시 한번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수 있다”며 작업 거부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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