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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산안법이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냐…핵심 쟁점 3가지 살펴보니

등록 2020-11-17 04:59수정 2020-11-17 09:22

산재 책임 꼬리자르기, 중대재해법선 ‘원청 처벌’로 제동
[산안법-중대재해법 핵심 쟁점]

①안전 의무 ‘입증 책임’
②처벌 수위와 실효성
③징벌적 손해배상 여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태년 원내대표. 민주당은 당정 협의를 거친 산안법 개정안을 17일 발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대한 처벌을 당정 협의를 반영한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으로 할지, 정의당과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할지가 연말 정국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두 법안의 핵심적인 차이 세 가지를 짚어봤다.

①안전 의무 ‘입증 책임’은?

산안법 개정안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핵심적인 차이는 안전의무 이행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에 있다. 산안법 개정안은 사업주에게 중대재해 발생과 근로감독 지정 사항에 대한 확인 의무를 부과한다. 산안법 개정안을 주장하는 쪽은 이로 인해 산재 기업의 사업주가 처벌될 수 있다고 본다. 수사·재판 과정에서 ‘이 의무를 지키지 않았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사업주가 형사처벌의 법망을 빠져나가는 경우에도, 개정 산안법은 사업주의 특정 안전의무 위반에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규정한다. 산재 기업 사업주가 최소한 행정처분을 받을 가능성은 커진다는 취지다.

하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주장하는 쪽은 산안법 개정안이 사업주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안전관리자 등에게서 ‘꼬리 자르기’를 하는 등의 관행을 막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전체 사업장 가운데 근로감독을 받는 사업장이 1%에 불과해 99% 사업장은 확인 의무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산재가 나더라도 현장에서는 경영자의 책임을 회피하는 쪽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018년 12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에서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하청 노동자 김용균씨 사례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적용하면, 한국서부발전 경영 책임자가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유기징역 혹은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원청과 원청 사업주에게 ‘입증 책임’을 지우기 때문이다. 최정학 방송통신대 교수(법학)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입법되면 경영자 처벌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②처벌 수위와 실효성은?

두 법안은 처벌 수위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김용균씨 사례에 산안법 개정안을 적용해도, 기업과 사업주의 처벌 수위는 기존 산안법과 큰 차이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사업주에게 부여하는 징역형에 대한 하한선이 없기 때문이다. 벌금에는 ‘개인 500만원’ 하한선이 있지만, 현재 사망 사고 평균 벌금이 450만원이어서 역시 큰 차이가 없다.

반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안전의무를 위반해 하청 노동자 등이 사망했을 때 형량과 벌금 모두에서 하한선을 정했다. 정의당 안은 사업주에게 ‘3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 벌금형’,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발의한 안은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5억원 이상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김용균씨 사례에서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대표에게 이 법을 적용하면, 최소 징역 2~3년형 이상이 선고되고 법인에도 1억원 이상 2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다만 한꺼번에 처벌 수위를 높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현장에서 실제 적용될 수 있을지, 위헌 소지가 없는지를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재판 관행을 감안하면 처벌 수위가 높기 때문에 실효를 낼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며 “사업주가 직접 사업장을 챙기기 어려운 대규모 회사도 대표자를 안전의무 이행자로 보고 처벌한다는 점은 ‘과잉금지 원칙’을 규정한 헌법을 위반했다는 논쟁이 생길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③징벌적 손해배상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정의당 안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확인되면 기업이 손해액의 3배 이상 10배 이하의 범위에서,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발의한 안은 5배 이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방안을 담았다.

반면 산안법 개정안은 징벌적 손해배상 대신, 동시에 3명 이상·1년에 3명 이상 사망 사업장에 100억원 이하 과징금을 물리도록 했다. 지난 4월 38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를 예로 들면, 원청 기업의 사고 책임이 확인될 경우 산안법 개정안은 최대 100억원 내에서 과징금을 회사에 부과할 수 있다. 반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적용하면 원청 기업은 확인되는 피해 규모 등에 따라 100억원보다 더 큰 금액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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