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의사 국가고시 실기 시험을 상·하반기로 나눠 2차례로 치르기로 했다고 발표한 31일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으로 관계자들이 출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대생에게 올해 1월 추가 시험 응시 기회를 부여한 정부 조처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19를 고려해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과 “현 정부가 말한 공정과 정의에 어긋나는 조처”라는 비판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31일 “내년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상·하반기로 나누어 2회 실시하고, 상반기 시험은 1월 말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험을 거부했던 의대생들에게 사실상 ‘재응시’ 기회를 주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9월 의대생 3200여명 중 2700여명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거부했다. 이에 정부는 다른 국가고시와의 형평성과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하며 “추가 (응시) 기회 부여는 없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신규 의사 및 공중보건의 부족 등 의료 공백이 현실화되자 정부는 매년 9월 한차례 치렀던 시험을 1월과 9월 두 차례 실시하기로 방침을 정하며 의대생들에게 재응시 기회를 열어줬다. 다만, 1월 응시자의 인턴 전형에는 비수도권·공공병원 정원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속 공공의료 인력 확대를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정부 대책을 놓고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직장인 김성우(32)씨는 “의대생 구제 여부 논쟁을 떠나 코로나19로 모두가 불안한 상황에서 이번 조처는 다행스럽다. 현장 의료 인력이 부족한데 이렇게라도 의사가 충원되는 건 반길 일”이라고 말했다.
지역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고 있는 김아무개(31)씨는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 의사들의 현장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기에 정부의 이번 발표로 양쪽 모두가 얻는 바가 있을 것이다”면서도 “정부의 바람대로 국가고시를 친 의대생들이 공공병원 인턴에 지원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반면 추가 시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공정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유지해오던 정부가 이를 뒤집은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12월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부와 보건복지부에 요청합니다. 의대생 국시 절대 반대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의사들은 코로나로 가장 위급한 시기에 국민에 생명을 잡고 파업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번 시험 칠 기회를 주었고 시험을 거부한 것은 의대생들이다”며 정부 조처를 비판했다.
직장인 이아무개(36)씨는 “당장 목마르다고 (정부가) 무덤을 파고 있다. 도대체 이 정부가 말한 공정과 정의는 어디로 갔나. 다음에도 이런 상황이 오면 의대생들은 또다시 불법 파업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아무개(30)씨 또한 “의대생들의 제대로 된 사과 없이 국시를 허용하면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될 것”이라며 “결국 의대생들 이기주의에 국가가 굴복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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