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정부의 ‘카페 홀 이용금지’ 조치에 따라 의자 이용을 막은 서울 관악구 한 카페 내부. 연합뉴스
새해에는 코로나19 긴 터널의 끝이 보일까요? 문재인 대통령은 “반드시 코로나를 극복하고 소중한 일상을 회복할 것”(7일 신년사)이라고 말합니다. 그렇죠. 우리들 바람은 한가지입니다. 무엇보다도 봄이 오면 지긋지긋한 마스크를 벗는 것.
안녕하세요. 기획재정부를 출입하는 경제부 기자 이경미입니다. 문 대통령은 “새해에는 선도국가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부는 물론 국내외 경제연구소들이 올해 경제전망을 낙관하는 분위기입니다. 대체로 우리 경제가 지난해보다 3% 안팎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당장 듣기엔 좋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실물경기는 차갑게 식어 있습니다. 주변 가게가 문을 닫고 취업문은 더 좁아졌습니다. 그런데 주가는 ‘코스피 3000' 시대를 열었습니다. 흔히 ‘꿈의 3000 시대'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먹고살기 힘들다고 하는데, 주식시장은 유동성이 넘쳐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양극화 현상입니다. 나라 전체의 경제를 수치화한 것만 보면 성장 가능성이 있을지 몰라도 양극화로 업종간·계층간 격차가 커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의 양상은 알파벳 K자 모양으로 양극화된다 하여 ‘K-회복’이라 일컫습니다.
성장세를 나타낼 만한 업종을 보면, 우선 반도체나 정보통신 관련 기업이 ‘비대면 경제’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 것이라고 하죠. 주식시장에선 이른바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업종이 미래 성장 산업으로 주목받습니다. 새로 주식시장에 유입되는 자본은 이들 업종에 집중됩니다.
반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분야는 여행·음식·숙박·여가 등 대면 서비스 업종입니다. 여기엔 특히 영세업체들이 많고,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코로나19 피해가 주식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따로 노는’ 현상이 생기게 되죠. 국제통화기금도 지난해 10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미국 주식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을 덜 받는 업종과 대기업에 지배되어 있다”며 실물경제와 주식시장의 괴리를 지적했습니다.
양극화 현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동산은 요즘말로 ‘말모’(말해 뭐 해)라고 할까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 신조어를 낳은 부동산투자 열풍과 집값 상승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파죽지세로 오릅니다. 주식·부동산 등 자산 가치 상승은 그 서클에 진입한 사람들의 자산을 불리지만, 투자할 돈조차 없는 이들은 소외됩니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지난해 3월 기준 순자산 상위 10%가 전체 자산에서 점유한 비율이 43.7%로, 전년보다 0.4%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올해도 코로나19가 지속되면 자산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이런 K형 회복은 경제 전체에도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재무구조가 부실한 한계기업이 늘어나고 가계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 규모를 뛰어넘을 정도로 급증한 상황은 외부 충격에 버틸 수 있는 능력을 떨어뜨립니다. 아무리 성장률이 3%, 4%를 기록한들 이런 양극화를 해결하지 않고서 어떻게 ‘선도국가’를 자임할 수 있겠습니까.
더욱 심각한 것은 고용 부문입니다. 이미 코로나19로 대면서비스 업종에 주로 종사하는 여성·청년이나 상대적으로 고용이 불안정한 임시·일용직이 일자리를 많이 잃었습니다. 한번 떨어진 고용은 생산·소비에 비해 회복되는 속도가 느립니다. 기업들이 당장은 매출이 올라도 언제 다시 상황이 나빠질지 모르니 선뜻 채용을 꺼리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우려하는 지점이 바로 지금 청년세대들이 겪을 수 있는 ‘이력효과’입니다. 이력효과는 경제위기 때 청년들이 양질의 직장에 들어가지 못해 경력 상실을 겪고, 그 이후에도 취업기회와 임금이 낮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대졸자의 첫 일자리 진입 특징’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5월 기준 대졸자 가운데 첫 일자리가 상용직인 사람은 전년 동월보다 5.9% 줄었고, 첫 일자리가 임시·일용직인 사람은 1.5% 늘었습니다. 청년세대의 경력 상실 문제는 당장 표면적으로는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대처하지 않으면 향후에 국가경제의 큰 손실로 돌아올 것입니다.
여당은 지금 2차 전국민 재난지원금 얘기를 꺼냅니다. 재난지원금이 일시적인 소득 보전은 될 수 있겠지만, 양극화를 근본적으로 막아낼 수는 없습니다. 벌써 1년입니다. 코로나에 대처하는 사회적 논의가 도돌이표처럼 첫 재난지원금 논쟁 때로 되돌아가선 안 되겠지요. 진짜 ‘선도국가’ 논의가 시작돼야 할 때입니다.
이경미 경제부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