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왼쪽),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한겨레> 자료사진 및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국회에서 법관 탄핵이 논의 중이라는 이유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임 부장판사 쪽이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자 김 대법원장은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기존 답변에서 다르게 답변한 것에 대해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 부장판사의 변호인은 4일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담긴 26~38초짜리 녹취 파일 3개를 공개했다. 녹취 파일을 들어보면, 김 대법원장은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진 임 부장판사에게 “톡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탄핵하자고 (국회가)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 “탄핵이 돼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데 일단은 정치적인 것은 또 상황은 다른 문제니까. (국회가) 탄핵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오늘 그냥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임 부장판사 쪽은 이날 공개한 파일이 지난해 5월 김 대법원장을 만나 사의를 표하는 과정에서 나눈 대화를 녹취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과 임 부장판사 쪽은 김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하며 법관 탄핵을 이야기했다는 내용을 두고 진실공방을 벌여 왔다. 임 부장판사의 변호인이 지난 3일 “김 대법원장은 면담 당시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탄핵 논의를 할 수 없게 돼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수리 여부는 대법원장이 알아서 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법원은 곧바로 “대법원장이 임 판사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반박 하루 만에 임 부장판사 쪽이 녹취록을 공개하자 대법원은 이날 “김 대법원장은 언론에 공개된 녹음자료를 토대로 기억을 되짚어 보니 ‘정기인사 시점이 아닌 중도에 사직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 하에 녹음자료에서와 같은 내용을 말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약 9개월 전의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했던 기존 답변에서 이와 다르게 답변한 것에 대해 송구하다는 뜻을 표했다”고 밝혔다.
한편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던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과 관련된 기사를 썼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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