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등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이 낸 징계 불복 소송을 심리 중인 대법원이 2년 넘게 결론을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당 법관 상당수가 형사재판에 넘겨진 만큼, 대법원이 공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한편에선 이들이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더라도 징계처분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8일 법원 누리집 사건검색을 살펴보면, 임 부장판사가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은 2년 가까이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대법원이 2018년 10월19일 해당 사건을 2부에 배당하고, 2019년 3월6일 법원행정처의 답변서를 받아본 것을 끝으로 특별한 심리를 하지 않고 있다. 앞서 임 부장판사는 2018년 10월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에서 견책 처분을 받았다. 도박죄로 약식명령이 청구된 프로야구 임창용·오승환 선수를 정식 재판으로 넘기려는 판사에게 2016년 1월 ‘다른 판사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고 처리하라’는 취지로 말하고, 공판 회부 후속 절차를 보류시키는 등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임 부장판사는 사법농단 수사를 통해 3건의 재판개입 혐의가 드러났지만, 당시 징계시효가 남은 건 위 1건뿐이었다.
또 다른 사법농단 사건으로 정직 처분을 받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방창현 대전지법 부장판사의 징계 취소소송도 일시 중단된 상태다. 대법원 관계자는 “재판부 담당 (소관)이라 (심리가 중단된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이들의 징계처분 취소소송 결론을 내지 않는 것을 두고, ‘대법원이 해당 사건 관련 형사재판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법원 판례는 형사재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는지와 무관하게 징계처분 행정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고 봤지만, 대법원 판단이 형사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징계 사유와 범죄사실의 유사성이 있는 경우 대법원이 먼저 판단을 해버리면 형사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형사재판 결과를 지켜보기도 한다”며 “법관 징계처분 취소소송이 단심(대법원에서 딱 한 번 심판을 받는 것)으로 이뤄진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넘겨진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이 전 실장과 방 부장판사도 오는 18일 1심 판단이 나온다.
다만 형사재판에서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이 무죄 판결을 받더라도 대법원이 징계처분 취소 판단을 내리진 않을 거란 의견도 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가 내린 징계처분을 대법원이 취소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징계처분이 뒤집힐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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