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법관으로는 처음으로 탄핵소추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탄핵심판 주심을 맡은 이석태 재판관에 대해 기피신청을 냈다.
임 부장판사 쪽 대리인단은 23일 헌법재판소에 이 재판관에 대한 기피신청서를 제출했다. 대리인단은 이 재판관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 출신으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장을 역임한 경력 등을 거론하며 “(임 부장판사에게)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밝혔다. 대리인단은 이어 “국회가 탄핵 사유로 제시했던 재판개입 혐의가 이 재판관의 과거 활동과도 상당 부분 접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법 24조는 ‘재판관에게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며, 헌재는 기피신청에 대해 민사소송법을 준용하기 때문에 기피신청이 들어오면 결론이 날 때까지 심리 절차가 중지된다.
임 부장판사 쪽은 기피의 주된 사유로 이 재판관이 2015~2016년 세월호 참사 특조위원장을 맡았던 이력을 꼽았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 등 진상규명을 요구했던 이 재판관이 임 부장판사의 탄핵 사유 중 하나인 ‘세월호 7시간 사건’ 명예훼손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심리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취지다. 임 부장판사는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 관련 의혹을 제기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 재판에 개입해 판결 내용 일부를 수정하게 하는 등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개입 행위와 이 재판관의 특조위원장 활동은 직접 관련은 없지만, 임 부장판사 쪽 대리인은 “이 재판관이 당시 박 전 대통령의 행적 규명을 강하게 주장했고, 탄핵소추 당시 국회에서도 임 부장판사가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밝히는 데 장애가 된 것처럼 보았다”고 우려했다.
대리인단은 이 재판관의 민변 활동 이력도 문제 삼았다. 이 재판관은 2004~2006년 민변 회장으로 지내는 등 민변 회원으로 활동했는데, 임 부장판사의 또 다른 탄핵소추 사유인 민변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 개입 의혹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지다. 2015년 당시 임 부장판사가 이 사건 재판에서 양형 이유를 일부 삭제하거나 수정하도록 지시한 점도 현재 탄핵소추 사유로 올라간 상태다.
헌재는 26일 예정된 첫 변론준비기일 전에 기피신청에 대한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 재판관을 제외한 8명의 재판관이 전원회의를 통해 기피의 적법성 여부 등을 논의한 뒤 과반수로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전원회의에서 기피신청이 기각되면 원래대로 재판은 진행된다. 기피가 받아들여지면 이 재판관을 제외한 8명의 재판관이 심리에 돌입하고 주심도 새롭게 지정해야 한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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