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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전·현직 여군 부사관 64% “성범죄 피해 직접 경험”

등록 2021-06-09 16:34수정 2021-06-09 21:06

전·현직 여군 부사관 39명 긴급 설문
‘성범죄 목격·피해자에게 들었다’ 87.2%
가해자 처벌 강화·피해자 보호 규정 원해
도움 요청 대상에 감찰·기무·헌병대 ‘0’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공군 전·현직 여군 부사관 3명 중 2명이 성범죄 피해를 겪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사에 응한 부사관 중 절반 이상이 성범죄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하기에 적절한 대상으로 ‘외부 기관’을 선택했지만, ‘내부’를 택한 이는 소수에 그쳤다.

<한겨레>는 8일부터 9일까지 전·현직 공군 여군 부사관 39명을 상대로 ‘군 성범죄 사건 긴급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하사 또는 중사로 근무 중이거나 하사·중사로 전역한 여군 부사관들이 응답했고 설문은 객관식으로 진행됐다.(구체적인 설문 방식은 응답자들의 신원 노출을 우려해 밝히지 않았습니다.)

공군 전현직 여군 부사관 긴급 설문조사. 그래픽_박선미
공군 전현직 여군 부사관 긴급 설문조사. 그래픽_박선미

39명 중 25명(64.1%)이 ‘근무 기간 중 다른 군인으로부터 성범죄(성희롱·성추행·성폭행 등) 피해를 직접 당한 경험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있다”고 답했다. ‘근무 기간 중 동료나 부하들의 성범죄 피해를 직접 목격했거나 피해자로부터 직접 피해 사실을 들은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87.2%(34명)가 “있다”고 했다.

군대에서 성범죄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처벌이 약해서’라는 응답이 46.2%(18명)에 달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상명하복의 수직적 군대문화’는 30.8%(12명)로 두 번째로 높았다. 조사에 응한 ㄱ씨는 성범죄가 끊이질 않는 상황과 관련해 “여성이 소수이고 높은 계급을 가진 대부분이 남성이다. 다수의 의견이 우선되는 분위기가 있고 개인보다 집단의 명예와 이익을 더 중요시하는 구시대적 문화가 존재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응답자 ㄴ씨 또한 “이미 그들은(가해자) 우리(여군)가 자신보다 아래라는 생각을 깔고 가기 때문이 이런 일(성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장기 복무 심사·진급 등 평가제도’를 꼽은 이들은 2명(5.1%)에 그쳤고 ‘예방교육이 부족해서’라는 선택한 응답자는 없었다.

성범죄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하기 적절한 대상으로는 53.9%(국가인권위 등 외부 기관 12명·민간전문 상담센터 9명)가 ‘외부’를 택했다. 반면, 동료나 지휘관을 택한 응답자는 각각 7.7%(3명), 5.1%(2명)에 그쳤다. 군 내부 기구인 ‘감찰·기무·헌병대(군사경찰)’라는 선택지를 택한 이는 한명도 없었다. 설문에 응한 응답자 중 한명은 “군대에만 있는 특수한 범죄 외에 다른 범죄는 군사 법원이 아닌 외부에서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군대 재판에서는 검찰과 변호사, 판사 모두가 군인이므로 지휘관의 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성범죄 피해 예방 대책으로 피해자를 보호할 규정을 보완(38.5%·15명)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41%·16명)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인사관리·평가제도 개선’(7.7%·3명)과 ‘전문 상담인력 확충’(2.6%·1명) 등은 소수 의견이었다.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신고를 꺼리게 되는 이유를 묻는 말에는 41%(16명)가 ‘주변의 시선’을 꼽았다. 인사 불이익 등 실질적 불이익을 입을 것이란 두려움을 택한 이도 상당수(28.2%·11명)였다. 해당 문항을 놓고 한 응답자는 “2차 가해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 (신고 뒤처리) 과정을 겪어 본 사람으로서 솔직하게 말하면 신고 처리 과정이 너무 길고 힘들어서 또다시 같은 상황이 생겼을 때 적극적으로 신고하기가 머뭇거려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여군들을 위해 군에서 마련한 여러 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고충상담관 제도 운영이 미흡한 이유를 놓고선 ‘상담관의 전문지식 부족’, ‘겸직이라 여건 보장이 되지 않음’, ‘상담실 등 시실 미비’, ‘비밀유지 불가’ 등 4개 선택지 모두 해당된다고 꼽은 응답자가 30.8%(12명)로 가장 많았다. 성고충상담관이나 양성평등센터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26명 중 6명(23.1%)은 “불만족” 평가를 내렸는데, “그냥 공감만 해주고 끝났다”, “결국 군대에 밥줄이 달린 사람이라 나를 위해 맞서 싸워주기보단 제도 안에서 미비한 절차를 안 해주는 사람이었다”,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아 믿고 얘기하기가 쉽지 않다” 등을 기타의견으로 응답했다.

장필수 장예지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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