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개입 의혹이 불거진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10일 오후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소추 사건 첫 변론기일에 출석, 피청구인석에 앉아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농단’에 연루돼 법관으로서 첫 탄핵소추 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 여부를 심리하기 위한 첫 재판에서 이 전 부장판사와 탄핵 청구인인 국회 쪽은 탄핵소추의 근거와 실익을 두고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임 전 부장판사는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거나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지 않았고 탄핵심판의 실익도 없다”고 주장한 반면, 국회 쪽은 “재판개입은 초법적 행위로 (재판 개입 혐의를 받는 임 전 부장판사의) 형사재판에 출석한 (후배) 법관들이 ‘조언이었다’고 진술한다고 해서 정당화될 수 없고, 탄핵심판은 헌법수호의 실익이 있다”고 반박했다.
헌재는 10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임 전 부장판사 탄핵심판 사건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임 전 부장판사와 탄핵 청구인 자격으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공적·사적 생활에서 늘 삼가는 생활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이 자리에 서게 돼 참담하다”며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거나 상고법원을 추진하기 위해 (사법부) 독립을 침해한 사건이 전혀 아니다. 재판권 침해가 없었다는 점이 밝혀져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칼럼을 쓴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관련 사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 △프로야구 선수들의 약식명령 사건 등 3개 사건의 재판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임 전 부장판사 쪽은 재판에서 탄핵심판의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임 전 부장판사의 형사재판에 출석한 3건의 재판을 맡은 법관이 일관되게 임 전 부장판사의 말을 ‘권유’ 내지 ‘조언’으로 받아들였다고 진술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탄핵심판의 실익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탄핵 결정은 공직에서 파면하는 것에 그치는데, 임 전 부장판사가 이미 공직에서 떠난 만큼, 파면의 실익이 없다는 취지다.
임 전 부장판사 쪽 대리인인 이동흡 변호사는 재판 뒤 기자들과 만나 “헌법에 ‘탄핵 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고 돼 있다”며 “탄핵은 파면 여부를 정하는 재판인데 이미 임기만료로 사직한 사람에게 파면을 결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재판정에서 법리적으로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지난 2월28일 법관 임기만료를 앞두고 재임용을 신청하지 않아 법관의 신분이 아니다.
탄핵심판 청구인 쪽은 이런 주장을 반박했다. 청구인 쪽 대리인인 송두환 변호사는 “(임 전 부장판사가 관여한 의혹을 받는 사건) 담당 법관이 의견 또는 권고, 조언을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임 전 부장판사가 일정한 지위에 있다는 걸 빌미로 담당 법관을 불러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고 진행 중인 사건이나 이미 선고 마친 사건에 대해서도 판결문 내용을 변경하게 하는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이에 따라 판결문이 바뀌고 판결 의미가 바뀐 것은 초법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임 전 부장판사 쪽의 주장과 달리 파면 결정 실익에 앞서 헌법 질서 수호라는 실익이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2차 변론은 애초 6월15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7월6일로 연기됐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청구인 쪽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결과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