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소설가
2050 여성살이 /
“슬로우, 슬로우, 퀵, 퀵, 슬로우, 슬로우…”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섭다는 춤바람을 타국 땅이라고 멈출 수 있으리. 어느 날 대학 학생회관 근처를 어슬렁거리다 눈이 번쩍 뜨이는 황금색 광고 전단지를 하나 발견했다. ‘스윙 댄스 클럽에 가입하시라! 파트너, 경험 그 딴 거 필요 없음!’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딸애가 초등 4학년 때였다.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에서 주최했던 안티미스코리아 대회에 갔다가 눈이 부시는 그녀들, ‘스윙시스터즈’를 처음 만났다. 여자들끼리 춤을 춘단다. ‘스윙모녀’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강좌가 끝날 때면 발표회를 빙자한 파티가 열렸었다. 춤보다 의상! 이라는 모토로 가죽 자켓, 검정 부츠, 망사스타킹 등을 총동원하며 관객 언니들의 ‘이쁨’을 한 번 받아보려고 발표 팀들은 기를 썼다. 평생 입을 일이 없을 줄 알면서도 딸의 부추김에 짤쯔부르크에서 사 두었던 가슴이 훤히 드러나는 셔츠에 짧은 청치마를 입고 이 아줌마도 그 대열에 슬쩍 무임승차하기도 했다.
대형사고도 쳤다. 스윙시스터즈 2주년 기념파티에서 우리 모녀가 단독 공연을 한 것이다. 못 이긴 척(실은 누가 옆구리를 후벼 파주기를 내심 고대했었다) 공연을 수락했지만 두 번 했다간 딸하고 의절할 뻔 했었다. 초등 5학년이었던 애는 학교 마치고 합기도장으로 피아노 학원으로 돌다 집에 오면 가뜩이나 피곤한데 엄마의 간청에 못 이겨 연습에 응해주면 리더씩이나 되는 엄마는 계속 틀리는 거다.
“그러게 누가 리더하래? 춤도 못 추는 주제에. 난 팔로워니깐 따라만 가면 되거든!” “한번만 봐 줘! 다음부턴 잘난 척 안할게. 아무리 그래도 손은 잡고 연습하자. 이게 뭐니? 마임하는 것도 아니고…”
아바의 ‘맘마미아’를 배경으로 한 ‘맘’과 ‘스윙짱’의 한여름 밤의 공연을 보면서 울컥했다는 ‘언니’들, 하여 그 공연 이후 우리 모녀는 스윙계의 전설이 되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 난 그 때 그녀들과 춤만 춘 게 아니었다. 나이를 위시한 온갖 경계를 뛰어넘어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배웠고 그리하여 내 안의 힘을 발견한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남자들과 같이 춤을 춘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는데 월요일 밤마다 젊고 잘생긴 미국남자들의 어깨에 손을 올리거나 손을 그러잡고 춤을 춘다. 너무 행복해서 주책없이 자꾸만 터져 나오는 웃음을 잡도리 하는 게 다만 힘들 뿐이다. 미안타! 아이오와 대학 스윙댄스클럽에 가입했다고 이멜을 보냈더니 울 딸 기다렸다는 듯 그렇지 않아도 자기도 재즈댄스학원에 다닐 거라고 이야기할 참이었단다. 춤추고 싶어 환장하겠으며 이는 서울에 있을 때 반드시 해야 할 항목 중에 하나란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리? 청출어람! 김연/소설가
한국에서는 남자들과 같이 춤을 춘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는데 월요일 밤마다 젊고 잘생긴 미국남자들의 어깨에 손을 올리거나 손을 그러잡고 춤을 춘다. 너무 행복해서 주책없이 자꾸만 터져 나오는 웃음을 잡도리 하는 게 다만 힘들 뿐이다. 미안타! 아이오와 대학 스윙댄스클럽에 가입했다고 이멜을 보냈더니 울 딸 기다렸다는 듯 그렇지 않아도 자기도 재즈댄스학원에 다닐 거라고 이야기할 참이었단다. 춤추고 싶어 환장하겠으며 이는 서울에 있을 때 반드시 해야 할 항목 중에 하나란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리? 청출어람! 김연/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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