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사 가는 길의 오렌지 카펫
[매거진 esc] 곽윤섭의 사진명소 답사기
단풍 더하기 은행은? 정답은 주황색 융단이다. 갑작스레 찬 바람이 불어오면서 길었던 가을이 끝난 것 같았던 지난주, 갑사를 찾았다. 갑사는 충남 공주시 계룡면 계룡산에 있다. 서기 420년 백제 구이신왕 1년에 고구려에서 온 아도스님이 창건했고 신라 의상스님이 주장해서 화엄종 십대 사찰의 하나가 된 명찰이다. 춘마곡, 추갑사란 말이 있을 정도로 단풍이 아름다운 사찰이기도 한 갑사는 들머리부터 많은 고목이 지나는 사람을 맞이한다. 매표소를 지나면 본격적인 단풍의 열병식이 이어질 듯하지만 지금은 나무에 붙은 잎보다 땅에 떨어진 잎이 더 많다. 자연의 섭리가 보기 좋게 고르게 섞어 두기라도 한 것처럼 노란 은행잎과 빨간 단풍잎의 조화가 기가 막힌다.
누가 어떻게 찍어도 그림이 될 것 같았지만 앵글 속에 사람을 등장시키기 위해 잠시 기다렸다. 마침 여고 졸업 20년 만에 만났다는 동창생 셋이 지나다 기념사진을 부탁해왔다. 굳이 울긋불긋 배경이 없더라도 이야기만으로도 꽃을 피울 것 같은 이들 주변으로 프레임 가득, 낙엽을 채웠다. 공주엔 그 외에도 사진 찍을 곳이 많다. 한때 백제의 도읍이었던 공주(웅진)를 지키는 성곽이었던 공산성은 현재 깔끔하게 보수가 되어 이곳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산책로가 되었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성벽의 선이 달라지는데 발품을 팔아 촬영거리를 조절하기 싫은 ‘귀차니스트’ 사진가에겐 밀고 당김에 따라 사진이 확확 달라지는 번들렌즈가 아주 고맙게 여겨질 것이다. 이 밖에 마곡사, 무령왕릉, 국립공주박물관 등도 들러볼 만하다.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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