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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지방선거 ‘프로야구’에 달렸다?

등록 2009-08-20 18:48

내년 지방선거 ‘프로야구’에 달렸다?
내년 지방선거 ‘프로야구’에 달렸다?
[뉴스 쏙] 호기심 플러스
‘한국시리즈 결과-여야 승패’ 묘하게 연동
미국도 비슷한 징크스 있었지만 결국 깨져




2004년 10월의 마지막 날, 미국 프로풋볼팀 워싱턴 레드스킨스가 그린베이 패커스에 14-28로 졌다. 그런데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존 케리는 환호성을 질렀다. 케리는 성명까지 내어 “이보다 더 짜릿한 소식은 없다”며 “미국은 이런 좋은 전통을 꼭 이어가야 한다”고 기뻐했다.

왜 그랬을까? 레드스킨스의 시즌 마지막 안방 경기 결과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묘한 상관관계가 있어서였다. 레드스킨스가 시즌 마지막 안방경기에서 이기면 현직 대통령이 속한 정당 후보가 승리하고, 반대로 레드스킨스가 지면 도전자가 대선에서 승리하는 일이 계속 벌어졌던 것이다. 이런 공식은 레드스킨스가 워싱턴을 연고지로 삼은 1933년 이래 17번 동안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었다. 이러니 케리 후보가 좋아서 펄펄 뛸 만도 했다. 하지만 케리는 개표 결과 공화당 조지 부시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했고, 레드스킨스에 얽힌 오랜 선거 공식도 깨지고 말았다.

당시 케리 후보 쪽은 메이저리그에서 보스턴 레드삭스가 무려 88년 만에 ‘밤비노의 저주’를 풀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도 길조로 풀이했다. ‘밤비노의 저주’ 이전인 1912년과 1916년 레드삭스가 우승한 뒤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기 때문이었다. 케리는 레드삭스 모자를 쓰고 레드삭스를 열렬히 응원했다. 하지만 케리의 패배로 이 징크스도 함께 옛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도 선거와 프로스포츠 경기 결과에 얽힌 비슷한 공식이 있다. 1992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는 롯데 자이언츠가 우승했고, 97년에는 해태 타이거즈가 우승했다. 공교롭게도 92년 부산·경남 연고팀 롯데가 우승한 데 이어 경남 출신인 김영삼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고, 97년 광주·전남이 연고지인 해태가 프로야구를 제패한 뒤 대선에서 전남 출신인 김대중 후보가 승리했다.

이런 징크스의 영향으로 2002년 대선 직전에 열린 삼성과 엘지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 정치권이 적잖게 관심을 보였다. 지역 기반이 대구·경북인 한나라당은 그곳을 연고로 한 삼성의 우승을 기원하는 분위기였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견줘 열기는 덜했지만 기왕이면 ‘삼성보다는 엘지’ 쪽에 박수를 보냈다. 더구나 민주당과 엘지는 똑같이 노란색이 상징색이었다. 엘지 팬들은 관중석에서 노란색 깃발을 흔들어댔다. 하지만 이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이 우승했지만 대선에서 승리한 이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였다. 그 다음 2007년 대선에서는 당선자 이명박 후보와 무관한 인천 연고팀 에스케이가 우승하면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와 대선의 상관관계 공식은 오래가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런데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이어지는 또다른 묘한 공식이 있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기아·엘지·한화·히어로즈 등 올스타전 서군에 속한 팀이 우승하면 이듬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기고, 두산·삼성·롯데·에스케이 같은 동군 소속 팀이 우승하면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한다는 묘한 공식이다. 1994년과 97년 서군에 속한 엘지와 해태가 우승했는데, 이듬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민주당의 후신인 국민회의가 지방선거에서 이겼다. 반면 2001년과 2005년 동군의 두산과 삼성이 우승한 뒤 이듬해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뒀다. 이 공식은 지금까지 한 번도 예외 없이 4번 연속 맞아떨어졌다.

내년에 다섯 번째 지방선거가 있다. 현재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1위부터 5위 가운데 동군에 속한 팀이 네 팀이나 된다. 하지만 현재 1위는 서군에 속한 기아다. 과연 어떤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지, 그리고 내년에 지방선거에서도 이 공식이 계속 적용될지 궁금하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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