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선수들이 23일(한국시각) 영국 노리치 캐로 로드에서 열린 노리치 시티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종 38라운드 경기에서 손흥민이 리그 23호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이 유력해지자 함께 기뻐하고 있다. 노리치/로이터 연합뉴스
토트넘 홋스퍼와 노리치 시티가 맞붙는 23일(한국시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8라운드. 이 경기는 토트넘에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다투는 최종전이자, 손흥민(30)이 아시아 최초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를 수 있는지가 결정되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팀 입장에서 보다 중요한 건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었다. 하지만 토트넘 동료들은 손흥민에 더 많은 관심이 있는 듯 보였다. 실제 이날 무승부만 거둬도 진출권이 유력했던 토트넘이 일찌감치 2-0으로 앞서가기 시작하자, 선수들은 손흥민을 득점왕으로 만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토트넘 벤 데이비스가 23일(한국시각) 영국 노리치 캐로 로드에서 열린 노리치 시티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종 38라운드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을 껴안고 있다. 노리치/로이터 연합뉴스
손흥민과 찰떡 호흡을 보여왔던 해리 케인은 공만 잡으면 손흥민을 찾았고, 이날 멀티골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팀 승리를 확정 지은 데얀 쿨루셰프스키도 손흥민에게 득점 기회를 주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쿨루셰프스키는 경기 뒤 “(2골을 넣은 뒤) 슈팅 기회를 잡고 손흥민을 바라봤다. 내가 슈팅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실제 올 시즌 리그에서 평균 2.28번 슈팅을 시도했던 손흥민은 이날 경기에선 약 2배인 5번 슈팅을 기록했다.
첫 득점을 도운 건 평소에도 특급 도우미로 활약했던 루카스 모라였다. 후반 23분 교체 투입된 모라는 손흥민을 득점왕으로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뛰었다. 결국 그는 투입 2분 만인 후반 25분 결정적인 패스를 건넸고, 손흥민은 이를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했다.
이날 손흥민이 득점할 때마다 동료들은 자기 일인 양 기뻐했다. 케인은 경기 뒤 트위터에 “친구에게 축하를 보낸다. 손흥민은 득점왕 자격이 있다. 올 시즌 급이 다른 실력을 보여줬다”라며 골든부트를 든 손흥민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해리 케인이 트위터에 올린 사진. 해리 케인 트위터 갈무리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은 경기 뒤 “나는 동료들이 ‘쏘니’(손흥민)를 득점왕으로 만들기 위해 분투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들을 보면서 쏘니를 득점왕으로 만들기 위한 의지와 열망을 느꼈고, 그것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또 “이는 라커룸 분위기가 좋다는 의미다. 이 선수들은 단지 좋은 선수일 뿐 아니라, 정말 좋은 사람들이다. 우리는 오늘 챔피언스리그 출전권과 쏘니의 골든부트라는 목표 2개를 이루기 위해 싸웠다”고 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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