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초등 1~2학년에 체육교과를 독립시키겠다는 교육과정 개편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초등 1~2학년의 즐거운생활에 편입된 신체활동 영역의 태풍놀이. 블로그 갈무리
“젓가락질이나 종이비행기 날리기도 신체활동으로 간주한다.” “유치원 때부터 체육시간이 부족한데, 1~2학년 때는 절벽이 생긴다.” “초등 1~2학년과 고 3때의 체육 빈곤, 이건 교육이 아니다.”
지난해 한겨레 ‘
학교체육, 숨구멍이 필요해’ 기획 토론회 중 나온 전문가들의 발언이다. 매우 비판적이다.
교육부가 지난달 30일 제2차 학생건강증진 기본계획(2024∼2028)을 발표하면서, 이런 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놨다. 초등 1~2학년에 체육교과를 독립시키는 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1982년 개정된 4차 교육과정에 따라 그동안 초등학교 1~2학년에 체육교과는 사라졌다. 대신 음악·미술·체육을 합친 ‘즐거운생활’이라는 명칭의 교육이 40년 넘게 진행됐다.
하지만 통합적 사고와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 도입된 통합교과는 설계와 달리 체육의 실종만 낳았다. 체육과 음악, 미술을 형식적으로 결합해 놓았을 뿐, 융합적 사고나 창의성 등의 가치를 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비행기를 날리면서(체육) 종이접기 공작을 하고(미술) ‘떴다 떴다 비행기’라는 노래(음악)를 부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통합교육이 초등 1~2학년에 필요한 ‘큰 근육’ 운동의 결핍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해소할 수 없는 한계 또한 명확하다.
정현우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선임연구위원은 “운동은 어려서 할수록 빨리 배우고 그 기초가 평생 간다. 달리고, 구르고, 차고, 잡고, 던지는 큰 근육 활동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한다. 자전거 타는 법처럼 기본움직임기술(FMS)을 익히는 적기도 이 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18년 낸 ‘초·중등학교 교과 교육과정 국제 비교’를 보면 일본, 핀란드, 프랑스, 호주, 캐나다(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등은 초등 1학년부터 독립된 체육 수업을 한다. 정 연구원은 “한국처럼 국가가 교육과정을 수립 운영하는 곳에서 저학년 체육교육을 통합으로 하는 곳은 없다. 또 체육은 음악과 미술과 지식의 구조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80년대 교육과정 총론을 만들 때부터 출발이 잘못된 것”이라고 짚었다.
음·미·체 통합이라는 형식은 체육활동의 약화를 초래한다. 한 고교 체육교사는 “교대에 강의를 나가보면 미래의 초등교사들이 ‘우리는 중등교사가 아니다. 너무 열심히 가르치지 말라’고 요구한다. 초등 1~2학년 통합교육이 체육수업을 소홀히 할 수 있는 방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여교사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현실 속에서 체육수업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교사들도 있다.
1~2학년을 위해 체육교과를 독립해 만들려는 노력은 지속해 왔다. 2009년, 2015년 교육과정 개편 때는 분리로 가닥이 잡혔지만 최종 단계에서 멈췄다.
교육부의 2024~2028 학교체육 활성화 추진 계획.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교육부는 이번 초등 1~2학년 교육과정 개편 추진 배경에 대해, “건강관리는 전 생애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고, 불필요한 의료비용을 절감한다. 미래 국가 경쟁력의 기본적 자산이다”라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교육과정 개편은 국가교육위원회 심의, 개정 결정, 교육과정 개발, 교과서 제작, 현장 교육까지 최소 2~3년이 걸리는 중단기 과제다. 추진력을 위해서는 40년 이상 통합교육을 외쳐온 학계와의 논리 싸움에도 대비해야 한다. 체육 활동 속에서 통합교육의 가치를 찾을 방법이 많고, 적령기 신체활동이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훨씬 큰 미래가치가 있다는 점 등을 설득해야 한다.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고, 고교 체육시간 감축에 대해서는 어물쩍 넘어갔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초등 1~2학년에 체육을 돌려주겠다는 교육부의 정책 방향은 혁신적이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