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몬교를 믿는 크리스 버지스는 사이다만 마셨다. 김재훈과 누가 더 술을 많이 먹는지 내기를 한 크리스 윌리엄스는 또렷한 한국말로 ‘맥주’를 자주 외쳤다. 윌리엄스는 요즘 소주와 맥주를 섞는 ‘폭탄주’에 맛을 들였다고 한다.
유재학 감독은 단장이 권하는 양주를 마다했다. “양주를 마시면 금방 취해서….” 대신 그는 선수들을 한명씩 찾아다니며 소주를 주고받았다. “선수들이 자랑스럽죠. (우)지원이와 (양)동근이 놈이 우는걸 보니까 울컥하더라고요.”
우지원은 우승 직후처럼 1차 횟집 술자리에서도 유 감독을 번쩍 들어올렸다. “난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간 팀 성적이 좋지않아 저도 저평가를 받았는데 우지원을 다시 보여줄 수 있어 기뻐요.” 그는 또 뭉클하다며 눈물을 잠시 글썽였다. “지금 아내는 다른 곳에서 제 팬클럽 임원들과 술한잔 할 겁니다. 이런 게 내조죠.”
38살 이창수는 피로가 쉽게 오는 B형 간염에 걸려 운동을 2년간 그만둔 적도 있다. 그는 챔피언결정전 7차전 2쿼터에 출전해 우승을 도왔다. “오히려 술·담배를 안하게 돼 오래 뛰는 건지도 모르죠. 원래 4월28일 간염 정기검사인데, 7차전까지 가는 바람에…. 4일에 검사받으러 가야죠.”
2개월 전 술을 끊은 임근배 코치도 오랜만에 술잔을 들었다. “이런 맛에 농구합니다. 6차전 때 지고 숙소 앞에서 선수들 다 모여 맥주 한잔했죠. 그게 분위기 반전에 큰 도움이 됐어요.”
털털한 김재훈은 윌리엄스보다 취기가 빨리 올랐다. “에스케이(SK)에 있을 때 유 감독님께 전화했죠. ‘나 데리고 가라. 마지막으로 알고 대학 때처럼 뛰겠다’고요.” 김재훈이 연세대 다닐 때 유 감독이 코치로 왔다. “대학 때도 어디 안 가고 밤 10시에 집에 들어갔는지 전화했던 분이죠. 아주 공평한 분입니다. 그 믿음이 있었기에 감독님과 함께 하고 싶었죠.”
올해 군입대하는 김동우는 선배 구병두를 보면서, “지난해 4전 전패로 졌던 그 기분을 아니까 우승하고 눈물이 나더라고요. 또 병두 형에게 우승을 선물하게 돼서…”라며 씩 웃었다. 구병두는 아킬레스건이 끊어져 챔피언전에 나오지 못했다.
이병석은 “한달 전 이사했는데 아내 혼자 계약하고 살림살이 들여놓고…. 전 한번도 못가봤어요. 올라가서 집구경해야죠”라며 미소를 지었다.
울산 모비스가 10년만에 프로농구 챔피언이 된 1일 밤. 그들의 뒷풀이는 ‘라이브클럽’과 ‘바’를 거쳐 새벽 3시께 끝났다. ‘행복’이란 단어가 쏟아졌고, ‘우리는 챔피언’이란 구호가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울산/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울산 모비스가 10년만에 프로농구 챔피언이 된 1일 밤. 그들의 뒷풀이는 ‘라이브클럽’과 ‘바’를 거쳐 새벽 3시께 끝났다. ‘행복’이란 단어가 쏟아졌고, ‘우리는 챔피언’이란 구호가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울산/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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